데스크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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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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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권한 우습게 여기는 천안시의회
이재경 부국장

천안시의회가 조세 포탈혐의로 범법자 신세가 된 송건섭 의장의 의원직 사표 수리 시기를 3월 말로 늦추려 하고 있다. 내세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보궐 선거를 치르지 말자는 것이다.

겉으로는 꽤 명분이 있는 얘기다. 26석의 시의회 의원 자리 중 1석이 비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일이 없고, 보선을 치를 경우 주민 간 갈등 유발은 물론 5억여 원의 선거 비용이 낭비될 터이니 아예 송 의장의 의원직을 3월 말까지 유지해 법적으로 보선을 치르지 않아도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송 의장의 사표가 4월에 수리되면 선관위는 그의 궐석에 따른 4월 보선을 법규에 따라 치르지 못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1년에 보궐선거를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치르도록 하고 있으며 10월 보선의 경우 송 의장의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이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직권으로 보선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속내를 보면 무척 구리다. 정당들의 이해타산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천안시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들의 정당 분포를 보면 한나라당이 14석, 민주당이 5석,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이 2석이다.

이 중 2007년 말 대선 때 출범한 선진당의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6월 보궐선거를 통해 입성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2명이 총선에 입후보하면서 궐원이 돼버린 두 자리를 모두 충남에 뿌리를 둔 신흥 정당인 선진당이 싹쓸이했다. (당시 선진당은 충남에서 치러진 4곳의 기초·광역 의원 보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런 아픈 기억이 있으니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이 새로 치러질 보궐 선거를 반길 리 만무다. 물론 두 당이 단 한 석의 승패 여부를 놓고 송 의장의 의원직 사퇴를 미루는 것은 아니다. 양 당은 4월 보선을 치러 패하면 그 민심이 내년 6월 지방 선거로 그대로 이어질까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여기서 심각하게 시의회의 권한 남용을 지적하고자 한다. 선관위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공정하게 관장하는 국가 기관이다. 엄연히 법에 지방의회에 궐원이 생겼을 경우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이거나 궐원 수가 전체 의석의 4분의 1이 넘지 않으면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보궐 선거를 치르지 않을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법에 따라, 보선을 치를지 말지의 판단은 선관위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관위의 고유 권한을 시의회 의원들이 자당의 이해에 따라 무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송 의장의 사례는 또 다른 논란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천안시의회에서 2명의 의원이 총선 입후보를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면 송 의장의 경우처럼 의회가 당시 사표 수리를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히 두 의원은 '의회가 사표 수리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총선 출마를 방해했다.'라며 법정 송사도 불사했을 것이다.

천안시의회에 당부한다. 더 이상 의원들은 당리당략에 치우쳐 얄팍한 꼼수를 부려서는 안된다. 즉각 송 의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선관위의 결정을 기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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