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제부터 - 그때 그시절 고마움을 알기에…
인생은 이제부터 - 그때 그시절 고마움을 알기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3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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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연 서미정씨(청주시 복대동 )
10년전 사회복지기관 도움으로 힘겨운 생활

2003년 노래방 개업… 가정형편 조금씩 펴

매년 어려운이웃 후원 등 아름다운기부 나서


"피자를 먹고 싶다던 세살배기 막둥이가 집안형편이 어려운 걸 알았는지 '엄마 돈벌면 그때 꼭사줘'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때 사회복지기관에서 매월 지원된 4만원은 우리가족에게 너무 귀중하고도 큰 돈이었습니다."

어렵던 시절 사회복지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서미정씨(46·청주시 복대1동·사진))는 얼마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저소득가정에 전달해 달라며 200만원 상당의 연탄 5000장을 기탁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1000만원의 장학금을 같은 기관에 쾌척했다.

이 장학금은 청주지역 중·고생 50명에게 20만원씩 전달됐다.

불과 5년전만 하더라도 사회복지기관과 동사무소에서 생활비와 자녀교육비를 지원받던 서씨가 '아름다운 기부'에 나선 것은 누구에게는 하룻밤 술값도 안되는 단돈 몇만원이지만 어려운 가정에는 희망을 키우는 종잣돈이 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결혼해 어엿한 내집까지 마련,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서씨에게 시련이 닥쳐온 것은 IMF환란 직후인 지난 1999년 남편과 이혼하면서부터다.

당시 중학생이던 딸 둘과 늦둥이 세살배기 아들과 함께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된 서씨는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사돈이 운영하는 식당 종업원부터 파출부 등 돈이 되는 일은 가리지 않고 해봤지만 자녀들의 육아비용과 학자금을 대기에도 빠듯했다.

그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청주 영운동의 한 사회복지기관이었다.

사회복지기관에서 월 4만원을 기부하는 후견인을 연결해 줬다.

서씨는 "사춘기이던 덧?에게는 무척 창피한 일이었던지 복지관에 함께 가기를 마다해 나머지 두 아이만 데리고 갔었다"며 "여유라고는 전혀 없던 시기 그 돈은 아이들에게 교육비가 되고 훌륭한 간식비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기억이 가족 모두에게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당시 복지관측이 생활비 등을 지원해주는 아이들에게 각종 사진을 찍거나 후견인에게 감사의 편지를 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복지관에서 후원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한창 사춘기이던 둘째 딸이 감사편지 쓰기를 무척 꺼려하던 게 생각난다"며 "지원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서씨에게는 면사무소에서 중·고등학생이던 두 딸에게 모자가정 지원의 일환으로 학자금도 지원했다.

그렇게 4년여를 살던 서씨는 2003년 가족과 지인 20여명에게 1억여원을 빌려 청주 하복대 후미진 곳에 노래방을 개업하면서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충분한 뒷바라지를 못해 줬던 두 딸이 각각 전문대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서씨는 "생활이 어려워지기전까지 공부를 곧잘하던 아이들이 변변한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지 못해 대학 진학을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주위사람들로부터 '바르게 자랐다'는 말을 들으며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 2006년 여름 빚을 다 갚자마자 적금하나를 들었고 올 여름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또 같은해 겨울부터는 저소득가정 어린이와 노인 한명씩 두명에게 매달 3만원씩을 후원해 오고 있다.

그렇다고 서씨의 생활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지인들은 "그녀가 각종 기부에 앞장서고 있지만 본인을 위해 모아둔 재산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혼할 당시 세살배기 아들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 됐다.

서씨가 출근하는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5년여를 혼자 집을 지키던 막내 아들은 아직도 서씨의 가슴 한구석을 짠하게 한다.

서씨는 "어려웠던 시기에 도움을 준 분들을 잊을 수 없다"며 "경제활동을 그만두는 날까지 빚을 갚는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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