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두루치기와 두부 추탕
두부 두루치기와 두부 추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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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으로 풀어보는 음식이야기
지 명 순 <대전대 한의학과 연구교수>

자칭 미식가인 내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찾은 음식이 '두부두루치기'이다.

안내자에 따르면 1980년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주머니 사정 얄팍한 대학생·직장인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주식과 안주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서민의 애환을 나누는 자리에 함께했던 음식이라고 했다. 허름해 보이는 식당은 많은 사람들로 북쩍거렸고,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나오는 음식은 한눈에 보아도 매운맛을 짐작케 하였다. 붉은색 고춧가루 양념이 듬뿍 묻어 있는 두부를 한입 먹으니 매운 열기로 얼굴은 홍당무가 되고 이마에는 금방 송글송글 땀이 매쳤다. 이때 시원한 막걸리는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순간 "이 맛이야" 얼큰한 두부와 시원한 막걸리의 조화. 이날은 나도 대전 사람이 된 듯 권주가(勸酒歌)를 즐기다 남은 양념에 국수 비벼 속까지 든든하게 채워 그 식당을 나섰다.

두부 한 모에 콩나물 천 원어치는 서민생활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지만 요즘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재래식 판두부가 1세대, 80년대에 출시된 포장두부가 2세대, 국산·유기농 콩으로 소포제·유화제를 넣지 않은 두부가 3세대, 해양심층수와 천연재료 외에 다른 성분을 배제한 4세대 두부까지 출시·발전을 거듭해 왔다. 유명 회사의 두부 한 모 가격은 저렴한 한 끼 식사 값과 맞먹고 있으니, 두부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이기보다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됐는데 그 이유는 두부의 건강기능성이 연구·발표되면서부터이다.

콩을 이용한 음식 중 두부는 소화율이 95%로 가장 높으며, 육류나·생선류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아미노산 조성, 우유의 2.6배나 되는 단백질, 다량 포함된 칼슘량, 최근 콩에 함유되어 있는 이소플라본(isoflavone)이 여성호르몬 대체효과가 알려지면서 여성갱년기장애 예방·치료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두부의 지방산은 80% 이상이 불포화지방산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동맥경화·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두부는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며 독이 있다. 기(氣)를 보하고, 비위(脾胃)를 조화시킨다'라고 하였다. 두부에 독이 있다는 말에 놀랄 수 있는데 간수에 들어 있는 비소가 원인인 것 같다. 비소는 역사극에 등장하는 사약의 재료로 보통 우리가 비상이라고 부르는 독극물이다. 옛날 중금속 정제기술이 발달하지 못하던 때 불결한 간수 사용으로 비소중독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이 가나 요즘은 식품제조기술의 발달로 그럴 염려는 없다.

그러나 두부는 냉한 성질이 있으므로 설사를 하거나 소화불량일 때는 섭취하지 말아야 하며, 찬 두부는 데치거나, 구워 냉기를 없애고, 고춧가루·고추장 등 매운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두부를 이용한 특별한 음식으로 순조 때 실학자인 이규경의 기록에 두부추탕(豆腐鰍湯)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날두부에 산 미꾸라지를 솥에 넣고 불을 때면 뜨거운 물을 피해 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약이 오른 채 죽는다. 이것을 잘라 탕을 끓이게 되는데 성균관 근처에 사는 백정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 두부추탕은 야밤에 마님이 남편의 양기를 돋우기 위해 끓여 내는 '사랑의 묘약'이라고 전해진다. 또한 오줌싸게 어린아이에게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장에 조려 반찬을 만들고, 볶은 김치를 곁들여 술안주로 내기도하며 갖가지 재료를 냄비에 돌려 담고 육수를 부어 전골을 끓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부재료로서도 여러 음식에 사용되는데 부글부글 끓는 된장 ·김치찌개에, 다진고기와 합해 육원전을 만들기도 한다. /카페주소 cafe.daum.net/jmsof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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