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 거부 지방 왜 ?
수도권 규제완화 거부 지방 왜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1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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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 학 영 <충북도의회 사무처 총무담당관>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발표 이후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정부는 경기부양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지방 공동화를 가속시키고 지방을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왜 지방은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해 이처럼 거부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1960년대에 20.8%(519만명)에서 2005년에 48.3%(2213만명)로 국민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돈과 생산 및 유통의70∼8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프랑스식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수도권과 그 외의 사막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 100대 기업 본사의 91%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주요 첨단산업의 집중도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인구집중이 심한 일본(31.9%), 영국(31.2%), 프랑스(18.9%)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수도권의 경제집중은 개발도상국 초기상태였던 제3공화국 시기에는 필요한 조치였으며, 또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발판이 되었던 정책이다. 그러나 집중의 시대에서 분권의 시대로 바뀌고 대기업육성정책에서 중소기업육성정책으로 변화해 가는 지금, 과거와 같은 수도권 집중화 정책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수도권의 경우 교통혼잡비용만 연간 12조원이 들고 있으며, 지가상승, 주택난, 환경오염 등으로 지역간 불균형을 초래해 천문학적인 사회비용을 유발함으로써 사회통합의 저해 및 국가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정책보다는 지방과 중앙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이제 단순한 경제발전이 아닌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과거처럼 수도권만의 발전이 국가경쟁력으로 인식되던 시절은 지났다. 국가 전체의 균형적 발전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글로벌 체제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일본, 영국 등과 같은 선진국은 대도시권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은 지방의 거점 도시 분산 발전으로 대도시권의 인구가 안정된 상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도권 인구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지방 여건도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그런데도 수도권 규제정책을 대폭 완화한다면 수도권의 블랙홀 현상, 지방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의료기관이나 대학, 문화시설, 공공청사의 수도권 집중은 물론 상당수의 지방민들은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출을 최고 목표로 삼아 자녀 교육 등의 문제를 내세워 아예 수도권에서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도권 중심주의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현실에서 규제마저 완화될 경우 지방에서는 인구의 감소로, 수도권은 팽창과 과밀화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수도권 과밀화는 치솟는 땅값과 주택난 그리고 교육에서의 서열화 문제는 물론 지방의 공동화 및 공동체 붕괴를 낳고 결국에는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여건조성과 시점이 중요한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업이 스스로 수도권으로 가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한 이후에 수도권 규제완화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즉 지방에서 기업을 하거나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기면 마지못해 작은 특혜를 주는 정책이 아니라, 기업이 옮기고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정책을 탐색하고 실행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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