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고철 등 고물가격 곤두박질
올초 거리의 맨홀 뚜껑과 학교 교문, 아파트 소화전 등을 마구 뜯어가는 생계형 범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원인으로 손꼽혔던 원자재값 폭등세가 수그러들면서 최근 고물값이 폭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수레 한 대를 유일한 자산으로 길거리에서 파지 등을 모아 생계를 꾸리던 노인들과 고물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3일 충청권 고물업계 등에 따르면 올초 이상급등 현상을 보였던 고철과 스테인리스, 파지 등의 가격이 최근들어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초 1kg당 600원까지 치솟았던 파이프 등 고철류는 최근 70원 안팎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철강제품 중 비교적 고가의 제품으로 분류되는 스테인리스도 1kg당 2500원대 중반까지 하던 시세가 500∼800원까지 추락했다.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의 주요 수입원인 파지도 1kg당 130원에서 80∼90원대로 폭락했다.
1당 240원 하던 신문용지파지도 최근 100∼1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고물상으로 직접 가져다팔 경우에 해당된다.
고철류의 경우 국제 고철가격이 하락하면서 포스코와 각 제강사 등이 국내에서 수집된 고철류를 매입하지 않으면서 고물상들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철이 있다는 연락만 받으면 쏜살같이 달려가던 고물상의 모습은 불과 6개월 사이에 옛날이야기가 돼 버린 것이다.
파지수집으로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전모 할아버지(72·청주시 상당구 서문동)는 "올초에는 고물상에서 고물종류를 불문하고 고가에 매입해줘 일하는 맛이 났는데 요즘은 하루 종일 다녀봐야 1만원 벌기도 어렵다"며 "최근에는 식당에서 나온 식용유깡통 같은 이물질이 묻은 생활쓰레기류는 고물상에서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물상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들을 상대로 고물수집을 하는 김기도씨(38·대전 동구)는 "고철가격이 한창 고공행진을 하던 시기에 사놓은 고철도 포스코와 각 제강사들이 국내에서 수집된 고철보다 이물질이 적어 순도가 높은 수입산을 선호하면서 재고로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지가격도 매일같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손수레를 끄는 노인이나 고물상 모두 올겨울은 매우 춥고 길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