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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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교의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 <전 언론인>

마을이 모처럼 시끌시끌 합니다. 서울 온곡초등학교 학생들이 하루 60명씩 4일동안 가을 농촌체험을 왔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들은 지난 5월에 이곳 연꽃마을로 모심기 체험을 왔던 학생들로 이번에는 자기가 심은 모를 직접 베어서 털기까지 하는 수확 체험입니다.

벼베기 실습전 마을 어른들과 같이 오신 선생님들에게 낫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과 벼를 베는 요령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논으로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가 긴장합니다. 만에 하나 안전사고를 우려해서이지요. 자그마한 손에 낫을 들고 처음 한두 번은 벼포기를 뽑는 건지 자르는 것인지 끙끙거리다가 싹둑 잘라지면 여기저기서 "와 해냈다. 재미있다. 더 베면 안 돼요"등 온통 난리가 납니다. 떨어진 벼이삭 까지 챙겨 뜻을 이룬 기쁜 표정으로 볏단을 안고 줄지어 나오는 모습은 파아란 하늘아래 논두렁에서 펼쳐지는 한 폭의 가을 풍경화입니다. 세상 어디에 이보다 더 아름답고 보기좋고 흐믓한 정경이 있겠습니까.

누우런 벼이삭이 출렁대는 가을 농촌들녘과 어우러진 도심의 교실을 일탈해서 맛본 농심은 순간이지만 이 아이들은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것입니다.

짚으로 새끼를 꼬아 줄넘기도 하고 공을 만들어 축구를 하며 낮시간을 보내고 저녁 식사 후 이번에는 김치담그기를 합니다.

아이들의 식단을 맡은 부녀회원들이 아이들을 위해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배추를 절여 양념과 같이 내놓습니다. 실습에 앞서 부녀회장님께서 배추에 양념을 묻히는 방법과 요령을 말씀하시면서 "여러분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다고 생각하면서 해보라"고 해서인지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합니다. 평소 김치담그기는 엄마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터에 "엄마선물로 드릴 거예요. 저도요. 엄마한테 자랑할래요"등등 온통 양념으로 범벅이 된 배추를 들고 신기해 합니다.

정말 뜻깊은 체험입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현장에서 직접 체득해보는 농촌의 일상과 먹을거리 체험은 아이들의 미래에 뼈와 살이 되는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이번 우리마을 어린이 농촌체험 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서울 온곡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십니다. 이 분은 아예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체험관 구석 방 한 칸을 숙소로 삼으시고 아이들을 보살피십니다. 도착하는 아이들을 맞으시고 떠날 때는 "학교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배웅하시는 모습이 그렇게 인자하실 수가 없으십니다. 실습장에서도 우리보다 더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시며 챙기시지요. 마을 주민들도 "참 훌륭하신 선생님이셔, 이런 분 처음 봤다"면서 "학교에 저런 선생님들이 많으셔야 아이들이 배울 게 많다"며 "우리마을 명예주민으로 모셔야 된다"고 의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내일 오전이면 모든 일정이 끝이 납니다. 아이들과 보내다 보니 한 주일이 금세 갔네요. 마을분들,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전체 일정을 진행하시며 아이들 다칠까 봐 초긴장하신 우리 사무장님 마음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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