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아닌 종자돈 돼야
눈먼 돈 아닌 종자돈 돼야
  • 안정환 기자
  • 승인 2008.10.21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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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위공직자의 쌀소득보전직불금 부당 수령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사의를 표명한 충북출신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직불금 부당 수령에서 출발한 이번 사태가 공무원을 포함한 28만여명이 실경작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직사회 등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로 번지고 있다.

특히 2006년 직불금 수령자 99만8000여명 가운데 4%에 달하는 3만9971명의 공무원이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직불금을 수령했다는 점에 국민 대다수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들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직불금을 받았겠지만 '제2, 제3의 이봉화'가 없다는 장담은 못할 것이다.

정부도 공무원을 포함한 쌀직불금 부당수령자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농식품부 방침에 따라 읍·면별로 5∼10인의 실경작확인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인근농가의 증언을 참고로 실경작자로 보기 어려운 자를 선정한 뒤 당사자 소명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2008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직불제가 처음 시행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동안의 부당 수령자를 파악해 환수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무원들은 자진신고와 함께 일제조사를 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 읍·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인력지원도 없이 소수 인원으로 많은 양의 경작지를 모두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농촌지역의 특성상 친분관계에 있는 인근 농가에서 거짓 진술을 할 경우 확인을 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칫 직불금 파문이 제 식구 감싸기와 정에 이끌려 실체 파악 없이 흐지부지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에 시장개방과 추곡수매제 폐지에 따른 농가의 피해를 보전하는 직불제가 먼저 빼먹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농민의 '종자돈'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강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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