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량의 산&삶 이야기
한 규 량 <충주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왕초보 등산가이드를 해놓고는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쓰느라 산 이야기를 잠시 쉬었던 것은 필자 역시 최근에 등산할 틈이 별로 없을 정도로 바쁜 삶이었음을 말해준다.
평소 노인연구를 통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장수하는지 노하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면서 막상 본인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살아왔다.
젊어서부터 노인연구를 하다보니 연구 대상인 노인보다 훨씬 젊은 나이였기에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게 큰 원인이다. 마치 의사자신은 담배를 피우면서 환자에게는 담배를 끊어야 해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직업적인 의식 때문인지 연령보다 훨씬 젊게 사는 노인을 만나면 자신만의 특별한 건강비결이 있을 것 같아 그것이 무엇인가를 꼭 물어보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한결같이 비장의 카드가 하나씩 있다. 70대의 언론인 출신인 건장한 노인을 20여년간 보아오면서 별로 노화하지 않았음을 알고 위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는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니 노인으로 보는 사람이 없으나 생물학적, 사회학적으로는 노인범주에 속한다. "난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고 우선 말해놓고는 "글쎄, 지금까지 거의 매일 하는 게 하나 있기는 하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게 뭡니까"라고 되물으면 "매일 집근처 산에 가는 일밖에 별것 없어"라고 답한다. "언제부터 하셨나요", "젊어서부터 몇십년 동안 새벽산을 올랐지. 그런데 요즘엔 새벽에 산에 가는 것보다 오후에 가는 것이 낫다고 하여 오후 서너시경 한 시간가량 산에 오르지"라고 답했다.
또 80대 후반이면서 지난 6월까지 현역으로 의사업을 해 온 분의 비장의 카드 역시 등산이었다. 60여년간 의사를 하면서 최근까지 하루에 환자 100여명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매일 우암산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벽5시부터 환자를 보기 시작하여 오후 3시에 마치면 곧바로 우암산에 올라가 심신의 체력을 보강함으로써 60여년 의사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두 분의 공통점은 바로 산에서 활력을 얻어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여 그만큼 노화를 지연시킨 점이다. 이들은 새벽에 산을 오르기보다 오후에 오르면 더욱 좋다고 했는데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초록식물의 광합성작용 덕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합성 작용은 초록식물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작용인데 햇빛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광합성 작용의 덕택에 지구의 대기층이 생성되게 되었다고 하는데 결국 이것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므로 우리의 숲은 인간의 허파와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엽록체를 가진 녹색식물만이 광합성작용을 하는데 물, 이산화탄소, 빛의 3요소를 충족시켜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빛에너지를 받을 수 없는 시간대인 새벽에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한 산소배출보다는 식물자체의 호흡이 더 많아지므로 이산화탄소량이 낮 시간대보다 많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새벽등산보다 낮 시간대의 등산이 훨씬 인간에게 이롭다고 할 수 있다.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을 하면 상쾌하리라 생각되지만 찬 기운의 공기를 마시게 되어 신선한 것처럼 느껴질 뿐 사실은 낮 시간대보다 산소가 부족하여 덜 신선하다는 것이 오후에 산에 오르게 된 이유일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숲이 새벽에는 이산화탄소만 배출한다는 것은 아니다. 밤낮을 호흡하는 숲은 낮에는 주로 햇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여 산소량이 많아진다는 것일 뿐이므로 새벽등산이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처럼 산은 우리에게 물과 공기(산소)를 뿜어내는 생명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이 지구를 살려내는 에너지원천이기도 하다. 등산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기도 하지만 산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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