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 문백전선 이상있다
290.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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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05>
글 리징 이 상 훈

"목천, 염치가 여기까지 몰고온 마차는 어찌했는가"

"형님!"

목천이 허리가 굽은 서리를 내려다보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쉬잇! 목천!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막 하시오"

서리는 당황한 듯 두 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얼른 막으려고 했다.

"제가 형님을 형님이라 부르는 데 어느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주위에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 법이라네. 물론 새 따위가 들어봤자 별 일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어느 누가 들었다가는 큰 낭패를 보고 말 것이요. 그러니 항상 병천국 장수로서의 체통을 지키도록 하시오."

"하지만 서리 형님 같은 분이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부족한 제가 어찌 이런 곳에서 병(兵)들의 장(將) 노릇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형님께서 요모조모 제게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들 무지몽매한 저는 이런 곳에서 진작 맞아죽거나 쫓겨나고 말았을 것이옵니다."

"허허. 내가 항상 강조하는 바이지만, 우리 목천 아우는 장(將)중의 장(將)이 되고도 남을만한 재목이오. 그까짓 무예에 능숙하고 병법에 조금 더 통달해 본댔자 그것을 그대로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면 뭐에 쓰겠는가 목천 아우는 매우 고맙게도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수많은 장수들을 모시고 평생 번갈아가며 잔심부름을 해 주었던 나에게 조언(助言)을 구한 뒤 그걸 그대로 꼭 행하곤 하니 어찌 지혜가 높지 않다고 하겠는가 목천 그대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한 덕장(德將)이요 훌륭한 지장(智將)이라네."

"형님! 그건 너무 심한 과찬이시옵니다."

목천은 서리가 자기를 은근히 추어주는 말이 무척 부담스러운 듯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머리를 옆으로 흔들어댔다.

"그건 그렇고. 아우내 왕으로부터 무슨 명령이 내려왔소이까"

서리가 조금 근엄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목천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왔사옵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매성 대신이 사람을 통해 저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도 거의 똑같이 도착하였사옵니다."

"그래요 하하하. 그럼 뭐 보나마나. 아우내 왕으로부터 내려온 명령은 염치를 반드시 사로잡아 오라는 것이겠고 매성 대신이 보내온 사신(私信) 속에는 염치를 보는 즉시 죽여 없애달라는 부탁의 내용이 들어있겠지요 하하하."

서리가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형님! 보시지도 않고 어찌 그걸 미리 아셨습니까"

목천은 서리가 방금 한 말이 무척이나 신기한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하하. 그나저나 목천! 자네에게 한 가지 내가 먼저 물어봅세. 염치가 여기까지 몰고 왔던 마차를 자네는 어찌 하였는가"

서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우며 목천에게 물었다.

"서리 형님께서 제게 조언해 주셨던바 그대로 이곳까지 힘들게 마차를 끌고 왔던 말 두 필은 군용(軍用)으로 쓰도록 했고, 마차는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즉시 불태워 없애 버렸사옵니다."

"잘했소이다. 아주 잘했소이다. 매성과 평기가 그간 저지른 온갖 비리들을 적어 놓은 자료들이 그 마차 안에 수북이 쌓여있다고 염치가 말하던데. 목천! 혹시 후회는 안 하오"

서리가 고개를 슬며시 들어 목천의 표정을 살피면서 이렇게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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