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목구어(緣木求魚)를 꿈꾼 괴산군
연목구어(緣木求魚)를 꿈꾼 괴산군
  • 심영선 기자
  • 승인 2008.08.18 2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구일언
연목구어(緣木求魚)는 나무에 올라 고기를 구하려 하듯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한다는 한자 숙어다.

괴산군이 최근 이 같은 큰 일을 저질렀다. 결론은 군민들 앞에서 대형 실수를 범했고 큰 오점을 남겼다는 점이다.

군은 지난달 29일 국회의정연수원 유치를 선언하고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불과 보름여만인 지난 14일 이를 전격 철회했다. 군은 이어 기자간담회에서 유치 철회 배경을 설명하고 급하게 구성했던 추진위원회도 해산했다.

군과 유치위는"지역발전을 위해 오래 전부터 유치전에 나선 제천시의 입장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유치 신청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임각수 군수는 "송광호 의원(제천·단양)과 김종률 의원(증평·진천·괴산·음성)을 만나 현재 공사가 중단된 소수∼음성간 37번 국도 확·포장 사업을 거론해 공감을 얻었다"며 "괴산의 현안과 지역개발사업에 보다 많은 지원·협조 약속을 얻어 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이를 두고 군이 불과 보름 사이에 깜짝쇼를 연출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불신을 보였다.

특히 유치추진위원들도 당초부터 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함께 받고 있다. 일부 추진위원들은 이젠 군정에 "불신의 폭이 커지고 있다"며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불만을 쏟아냈다. 또 "정치인의 국비 지원 약속을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느냐"며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허사였다. 모 위원은 "참으로 어이 없는 꼴이 됐다"며 "왜 이렇게 창피를 당하냐"고 허탈해 했다.

괴산군의회도 어이없는 모습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군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회 관계자는 "의회와 한마디 협의도 없었고 군이 독단적으로 국회의정연수원 유치를 선언하는 것을 보고 상식적으로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반문했다.

결국 괴산군의 전후 상황 파악이 안 된 국회의정연수원 유치전은 군민들에게 허무함과 실망만을 안긴 채 맥없이 끝났다. 이번 과정은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게임을 벌였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군은 군민들을 위한 군정추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난해 직원들에게 음주문화상을 전달하며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30억원 이상 홍보가치를 했다고 자평했었다. 하지만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번 사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를 또 괴산군 홍보가치로 치부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군민들의 기대를 부풀리게한 후 실망만을 남기는 군정 추진은 안 된다. 나무에 올라 고기를 잡으려는 무모한 군정 추진은 군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