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그렇게 중요한가
명분이 그렇게 중요한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8.0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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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일 오전 청주 용성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 소학교에 다니는 17명의 학생이 코리안드림을 안고 한국땅에서 일 하고 있는 부모와 상봉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에게 민족의 뿌리만은 잊지 말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고 몇해 전 조선족 학교 후원에 앞장섰던 한 실업가의 노력으로 시작됐던 일이 주변 사람의 눈시울을 적실 만큼 감동의 장면으로 연출된 것이다.

그런데 이날 행사장 내빈석에는 조선족 후원에 앞장섰던 그 실업가는 물론 오래전 조선족 후원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한 단체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조선족 학생들의 상봉 장면을 지켜보던 두 분은 없고, 이날은 이름 적힌 팻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개인 사정으로 청주를 벗어날 것이라며 불참 통보를 해왔다는 청주교육청 관계자의 말과 달리 그 시각 그중 한 분은 청주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의 뿌리만은 꼭 지켜주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중국을 오가며 한 달에 30만원이 넘는 전화비조차 개의치 않았던 그가 불참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조선족소학교와 청주 학교 간의 교류를 통해 민족의 뿌리만은 유지시켜주고 싶었던 그의 본래 취지와 달리, 누가 주최측이냐를 따지는 명분 쌓기가 중요했던 교육기관과의 사고 방식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인 것이다. 이번에 청주를 방문한 조선족 소학교 한 교장은 방문 기간 얼굴조차 내밀지 않은 청주의 한 교장의 무성의한 태도에 "앞으로 한국은 방문해도 청주는 방문하고 싶지 않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주관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선족과의 교류가 왜 필요한지, 왜 그들을 후원해야 하는지 교육적, 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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