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부지사와 경제부지사
정무부지사와 경제부지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5.15 2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노화욱 충북도 정무부지사의 사의표명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무성하다.

차기 정무(政務)는 누가 될 것이라는 하마평도 이런저런 이유로 널리 퍼지고 있다. 이는 광역 자치단체에서 부단체장인 정무부지사가 갖는 자리의 중요성과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정무부지사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광역자치단체장이 소속한 정당과 협의해 정부(행안부)에 추천, 정부에서 임명하는 정무직 부단체장이다. 말이 협의와 추천에 의해 임명한다지만 어디까지나 도지사의 재량에 의해 앉히는 자리다. 그렇다 보니 정무가 누가 되느냐는 지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앞으로 도정을 어떻게 움직여 나가느냐와 일맥상통한다.

정무는 지사와 궤(軌)를 같이 해 왔다. 때로는 얼굴마담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할 정도로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폭넓은 인맥을 형성해야 했고 그에 걸맞게 품위까지 갖춰야하는 아주 어려운 자리였다. 정당이나 정부와의 관계, 국회나 지방의회와의 관계, 언론이나 시민사회 단체와의 관계 등 행정을 둘러싼 조건을 원활하게 형성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평소에는 대부분 답이 없는 업무들이지만 현안 발생시 곧바로 평가를 받게 돼 있었다.

충북도를 비롯, 광역지자체에 정무부지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지난 95년 12월부터다. 충북은 그동안 노 부지사를 포함해 모두 7명이 거쳐갔다. 대부분 도청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나 명망있는 지역 유지급들이었다.

풍부한 도정경험을 갖고 있거나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 경력이 인선기준이 됐다. 충북도의 역대 정무부지사들은 이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사의 의중을 파악, 그에 맞는 행보도 해왔다. 대체적으로 정무라는 역할에 맞게 무리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민선 4기 정우택 지사의 정무부지사 임명은 파격적이었다. 경제특별도라는 컨셉에 맞는 인물로 노 부지사를 택한 것이었다. 다분히 전략적이고 기술적인 선택이었다. 고향이 경남 마산에다가 현대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출신이었다. 이렇게 충북도와 연을 맺은 노 부지사는 그동안 철저하게 경제부지사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활동을 해 왔다. 사의표명 후 노 부지사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냥 평범했던 정무부지사의 역할에서 벗어나 사상 최대 14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유치라는 뚜렷한 성과를 올린 것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물론 이같은 투자유치가 외형성장만을 강조하는 숫자에 불과하고 누구 한사람의 성과물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따르지만 전혀 도전해 보지 못했던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그러나 노 부지사가 도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기업경영의 마인드와 기존 공무원간의 충돌은 또다른 갈등이 됐다. 투명성과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는 행정에서 기업유치를 위해 비밀스런 행정으로 선을 긋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내부적 갈등뿐 아니라 경제에 올인하면서 나타난 정무 고유기능에 대한 허점은 도정의 공백으로 비춰지기까지 했다. 이런 경제부지사 노 부지사에 대한 평가는 정우택 지사의 2년에 대한 평가와도 같다.

그래서 정무는 도정의 구석구석을 챙기고 지사의 의중을 파악, 소리없이 움직이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는 지적이 요즘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여나 경제특별도만 살고 다른 도정의 가치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2년을 이제 냉정히 성찰해 볼 시점이다.

인사권자인 정우택 지사가 유럽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해 15일 업무에 복귀했다. 정 지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도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