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참사 유감
보령참사 유감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05.06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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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장 <천안>

또 골프가 말썽이다.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4일 낮 23명의 사상자를 낸 보령 참사가 발생한 시간대에 골프를 치다 구설수에 휘말렸다. 사고 발생후 무려 4시간10분이 지나고서야 참사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것도 골프를 다 '즐기고' 난 뒤에 말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김문규 의장이 포함된 충남도의회 의장단과 라운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이 이 사실을 알고 5일 앞 다퉈 문제를 삼았다. 일부 언론은 이 지사가 사안을 경시해 보고를 받고도 골프를 계속쳤다고까지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자 충남도가 해명에 나섰다. 한마디로 밑에서 보고를 늦게 했다는 뚱딴지같은 얘기다.

소방당국과 도지사 비서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날 이 지사에게 사태가 보고되기까지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충남도 종합안전센터에 사고가 접수된 시간은 이날 낮 12시41분. 소방본부장에겐 9분 후인 50분쯤 보고됐다. 이후 센터는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40분이 지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오후 2시21분에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비서실에 보고했다. 그러나 비서실이 이 지사에게 사태 보고를 한 시각은 30여분이 지난 2시50분쯤. 이때는 이 지사가 골프를 끝낸 후였다. 지사가 허겁지겁 서둘러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사고 발생 후 무려 4시간10분이 지난 오후 4시50분이었다.

해명을 종합해보면 충남도의 지휘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가 발생된 후 2시간이 넘어서야 충남도의 수장인 도지사에게 보고가 됐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도지사에게 그런() 일 쯤은 천천히 보고를 해도 생각했던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비서실이 도지사의 행선지가 어딘지를 몰라 이를 수소문하느라 30분이 걸렸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최고 책임자에게 보고해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지휘체계를 갖춰 상황에 대처해야 함은 구조구난 매뉴얼에 나타나 있는 기본 숙지사항 아닌가. 지사의 행선지를 파악하느라 보고가 늦어졌다는 비서실의 해명은 '코미디'같다. 비서실측은 늑장보고 사유를 묻는 한 언론의 질문에 생뚱맞게 '지사 관사에 비서가 없어 행선지를 쉽게 파악하지못했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지사 관사에 비서가 있어 지사의 개인일정을 파악하기쉬웠으나 최근들어 관사 비서가 없어지면서 지사님의 개인일정을 파악하기가 쉽지않다'고 까지 덧붙였다.

도지사가 충남도의회 의장단과 골프를 치러갔는데 그게 개인일정이라고 도정을 골프를 치면서 논의해야 하는 지는 차치하고라도-친목도모라면 할말 없지만- 어처구니없는 답변에 기가막힐 따름이다.

이런 허술한 보고 체계를 반영하듯 사고 당일 현장의 구조상황도 난맥상(亂脈相) 그 자체였다. 5m가 넘는 물 폭탄이 희생자들을 덮치고 어민들이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해낼 때 충남도의 재난방재시스템은 거의 한 역할이 없었다. 주민들은 "어민들이 (물에 빠진 사람들을) 다 구해놓고 난 후 119가 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119보다 경찰차가 먼저 왔으며 구급차가 오지않아 일반 차량으로 부상자들을 옮겼다한다.

사고 초기 출동한 각 기관들도 서로 업무협조가 안돼 갈지(之)자 걸음을 걸었다. 당일 충남도청과 해경 등 관계기관 5곳이 대책본부를 차렸지만 지휘체계가 갖춰지지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였다. 뒤늦게 5시간이 지난뒤에야 보령시청이 총괄책임기관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 준다.

엎질러진 일이지만 이젠 사태를 수습해야 할 때다. 천붕(天崩)과 참척(慘慽)으로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위한 또 사태가 재발되지않게 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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