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은 이양됐어도 눈치는 여전
권한은 이양됐어도 눈치는 여전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4.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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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해마다 5월 실시하던 교육정책 평가를 10월 이후로 연기했다.

최근 발표한 학교자율화추진 계획에 맞추겠다는 것이 평가 시기를 늦춘 이유다. 그동안 정부는 해마다 정책평가에 따라 시·도 교육청에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교육정책 평가와 지방교육혁신종합평가를 통해 총 1000억원의 지원금이 집행됐다. 충북도교육청도 두 가지 항목 평가를 통해 40∼5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온 만큼 재정이 열악한 시·도교육청의 경우 '가뭄 끝 단비'처럼 요긴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단비조차 정부의 눈치를 보며 맞게 됐다. 교과부가 올해 평가 시기를 당초보다 5개월 이상 늦춤과 동시에 평가항목에 자율화 이행 여부도 대폭 반영하겠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미 한국교육개발원에 새로운 평가 지표 개발을 의뢰했고, 구체적인 평가방법이 확정되면 오는 7∼8월쯤 시·도교육청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입장에선 '4·15조치'에 맞는 자율화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시·도교육청에 제공한 셈이고, 시·도교육청은 새 교육 정책에 적응할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평가 시기가 늦춰진 것이 시·도교육청 입장에선 반길 일만은 아니다. 자율화 정책 발표 이후 각 시·도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율화 조치가 몇달 후 발표될 교과부 평가기준과 동떨어질 경우 정부의 지원금 축소를 우려해 수정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학교현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학교 운영과 관련한 권한의 상당 부분을 이양받고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다.시·도교육청의 실정에 맞는 교육정책 추진이 새 정부가 바라는 방향이라면, 지원금을 빌미로 시·도교육청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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