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총구 앞에서 쓰러졌어도 꿈은…
사람은 총구 앞에서 쓰러졌어도 꿈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1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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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 중 겸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

1963년 8월28일이었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 전국의 흑인들이 모였다. 흑인목사 마틴 루터 킹의 주도 아래 열린 민권 대행진이었다. 흑백차별 철폐를 외쳤다.

30만명이라는 인파였다. 폭력과 불법은 없었다. 다소 혼란은 있었지만 평화로웠다. 주최측의 장악력과 리더십이 주효했다. 시민들도 협조했다. 출근을 늦추고 상가는 철시도 했다.

킹은 연설을 통하여 나에게는 꿈이 있다 했다. 꿈은 바로 나의 자녀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였다. 지금 당장의 내가 아니었다. 다음 세대에게는 그렇게 되기를 갈망했다.

2008년 봄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말했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선천성 결손증(birth defect)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이라는 태생적 결함에 시달린다 했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건국에는 두 세력이 기여했다. 하나는 영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대서양을 건너온 백인들이었다. 다른 하나는 쇠사슬에 묶여 대서양을 건너온 아프리카 흑인노예였다.

그렇지만 정당한 평가와 대우는 받지 못한다 했다. 라이스는 65대 국무장관이다. 사무실에 걸려있는 초대 토마스 제퍼슨 장관이자 3대 대통령의 초상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

분명한 사실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이다. 60년대는 베트남전쟁 반대의 물결과 더불어 민권운동의 시대였다. 민권법이 제정되기는 했어도 평등은 아직도 먼 곳에 있다.

1983년 마르크스의 친구 엥겔스가 뉴욕 거주 공산주의자 알프레드 조르게에게 편지를 보냈다. 다양성이 미국 노동자당 건설의 방해물이라는 내용이었다. 뭉치도록 할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그 다양함이야 말로 미국의 저력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가슴에 품고 성공신화를 쓰고자 몰려든다. 세계 도처의 가난하고 박해받는 사람들의 이상향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도가니(melting pot)를 통해 여럿을 하나로(e pluribus unum) 융합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평등의 계단을 하나하나 만들어 차별의 높이를 낮추어 나가서다. 우리는 어떤가.

양극화가 벌어진다. 외국인 각시를 때리고 이주노동자를 무시하는 다문화사회의 부작용이 속출한다. 차별은 빈곤을 낳고 범죄로 이어진다. 킹이 1968년 총구 앞에서 암살됐다. 4월이었다. 그래도 꿈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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