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만 되면 지끈지끈 마음고생에 골병든다
명절때만 되면 지끈지끈 마음고생에 골병든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8.02.11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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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 극복법
집안 남성들 주부 충분히 배려 노동 분담

대부분 일시적… 시간 지나면 저절로 회복

증상 오래 지속되면 항우울제 치료 필요

민족 최대의 명절인 무자년 설날이 지났다. 특히 올해 설 연휴는 적게는 5일에서 많게는 10일간의 긴 휴식기를 보냈다.

하지만 명절이 끝나면 꼭 찾아오는 증후군들이 있다. 일명 '며느리 증후군'으로 불리는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는 이미 보편적인 얘기가 됐다.

주부들의 명절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핵가족으로 살다가 명절 기간 동안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대가족 제도 속으로 잠시 들어오면서 정신적·신체적 부적응 상태를 겪는 데 기인한다. 특히 주부들에게 설은 반드시 즐거운 날이 아니다.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누군가의 가사노동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사노동을 주부의 몫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부들에게 명절은 일년 중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로 꼽힌다. 실제로 많은 주부가 명절 이후 이른바 '명절증후군'이란 이름으로 병원을 찾는다.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소화도 안 되고 기운이 없어지고 사소한 일로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증상이다.

명절 기간 중 최고조에 달하고, 그 뒤에도 한동안 지속되는 수가 많다. 명절 전에는 주로 시댁에 가야 되는 것이 부담되는 젊은 주부들에게서 '며느리 증후군'이 나타나고, 30대나 40대 초반 주부들은 '이번에 시댁에 가면 어떻게 하나'식의 걱정과 불안으로 인한 '며느리 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다음에 명절이 끝나고 나면 좀 더 나이든 주부들 50대·60대 주부들이 가족들이 몰려왔다가 떠나고 난 다음에 허전하고 허무감을 느끼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명절 스트레스만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불면증이나 불안증 같은 가벼운 신경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주부들이 명절과 관련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증상의 악화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명절 기간 동안 집안 남성들이 주부들을 충분히 배려하면서 명절 노동을 분담하는 것이 '며느리 증후군'을 극복하고, 주부들이 즐거운 명절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게 하는 첩경이라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명절 연휴 말미에 "고생했어"라는 남성들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보낼 수 있는 최고의 명약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남편들의 스트레스도 명절 때마다 쌓여 이른바 '남편 명절증후군'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마음 고생'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직장이든 친척이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남자 체면에 말해 봐야 창피스러워서 고민도 털어놓지 못한다.

남성들의 경우는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짜증난다', 이런 어떤 정신적인 부분이 많은 편이다.

연휴의 끝엔 자녀들의 명절 증후군도 있다.

이런 경우는 가족들이나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이 관심을 표명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가운데 학생이나 수험생, 취업준비생, 노처녀·노총각 등의 자녀들에게 무심코 던지는 '이제 시집(장가) 가야지', '대학은 어디 갔니', '네 이는 어느 대학 합격했다던데', '이제 좋은 직장 들어가서 부모님 고생 덜시켜 들여야지' 등의 말로 인해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수험생들이나 학생들이 너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분들이 나한테 관심이 있구나'라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야지, 누구와 비교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명절 스트레스는 일시적인 것이 대부분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회복된다. 그러나 우울감이나 불안감, 불면증 같은 게 동반되고 밥맛도 떨어지는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항우울제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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