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의 책무성.
교육감의 책무성.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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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박 을 석 초등위원장 <전교조 충북지부>

교육이 백년의 대계라던 말이 무색해졌다. 신중함은 사라지고 조급함이 판을 치고 있다. 교육부를 해체한다고 했다가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든다고 했다가 인재과학부로 한댔다가 교육과학부로 개칭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의 변경과정은 실로 코미디에 가깝다.

뚝딱뚝딱 거의 날마다 새로운 교육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입자율화, 영어교육 강화, 평가정책 등등. 사려는 없고 발설만 있는 형국이다. '사교육비 절반, 학교만족 두 배'라더니 사교육시장만 활성화시키고 있다. 소득의 절반을 사교육비에 쏟아붓고, 사교육비의 절반을 영어에 투입하는 현실에서 새 정부의 정책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자명하다. 주식시장의 교육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차기정부의 여러 우려스러운 교육정책들 속에 초중등 교육에 대한 권한을 교육부에서 시도교육감에게 넘기겠다는 것도 들어있다. 교육재정 등 시도교육청의 편차를 보완하고 그나마 공공성을 담보하던 교육부가 권한을 넘겨버릴 때 그저 시도교육감들이 모여 합의하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 진행되는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그러한 교육청 운영사례는 이미 발생하였다. 중학생 전국연합평가와 전교조 연가투쟁 관련 부당전보가 그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는 일부 힘센 시도교육청이 주도하는 것이며, 충북교육청은 그저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교육감님께는 극히 죄송스러운 말씀이긴 하다.

법적인 성격이 부여되지 않았던, 다시 말해 임의단체에 불과했던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해 9월에 중학생들의 학력신장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중학생 전국연합평가를 합의했다. 임의단체가 결정한 사업에 대해 국민혈세인 교육청 예산을 집행하겠다는데, 우리 충북교육감은 기꺼이 찬성을 했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충북은 이미 중학교 신입생 학업성취도 진단평가를 도교육청 산하 교육과학연구원 주관으로 2월 14일에 치르기로 되어 있음에도 다시 3월 6일에 진단평가를 치르게 되는 상황에 대해 판단을 해보았는지 의심스럽다. 교육과정평가원의 평가, 학교단위의 수행평가 및 학년말 평가에 더해 이런 평가들을 치르게 될 때 발생되는 초등학교 6학년과정에 대한 평가과잉과 이로 인한 학생들의 고충을 헤아려나 보았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따른 징계는 이미 이루어졌던 사안이다. 충북의 경우도 더러는 견책을 받고, 더러는 불문경고를 받았다. 그런데 한참이나 지난 이 시점에 와서 갑자기 직권전보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시도교육감회의 합의사항이라는 것이다. 행정기관이 소속직원에 대해 행정벌인 징계를 이미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격하여 갑자기 직권전보라는 행정벌을 추가하겠다는 것은 이중처벌이요 부당한 처사임에 분명하다. 우리 교육감도 징계를 하였으나 전보조치는 하지 않겠다 하였다가 이제와 와서 합의사항이니 어쩔 수 없다며 부당전보를 하겠다니, 이런 일관성 없는 정책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이라는 것들이 상당수는 수정되고 상당수는 철회되고 또 상당수는 무리하지만 강행될 것이라 본다. 게 중에서 시도교육감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부분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그만큼 시도교육감의 책무성은 무거워질 것이다. 충청북도교육감이 신중하게 판단하고 고민하여야 할 지점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중학교 진단평가와 부당전보 문제에 대해 결단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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