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처우에 충북 떠나는 청소년지도사
열악한 처우에 충북 떠나는 청소년지도사
  • 정윤채 기자
  • 승인 2023.06.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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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천안 등 인근 지역 비해 임금·시설 격차 커
인력 부족에 타업무까지 … “근무 환경 전국 꼴찌”
충북도의회 지원 조례 제정 추진 … 처우개선 시동

“굳이 서울이 아니라도 세종, 천안, 아산만 나가도 처우가 훨씬 나아지니까…. 3~4년 정도 경력 쌓아서 다른 지역으로 이직하는 거죠. 충북이 꼴찌예요, 꼴찌.”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처우에 지친 청소년지도사들이 충북을 떠나고 있다. 도내 청소년지도사들의 타 지역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청소년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지도사란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등의 청소년수련시설에서 청소년활동(수련활동·문화활동·교류활동)을 운영 및 지도하는 직업이다. 청소년지도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지도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면접고사에 합격해 청소년지도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와 같은 다른 국가자격증에 비해 저임금 등 낮은 처우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충북은 관련 조례조차도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내 청소년수련시설에서 일하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세종·아산·천안 등 타 지역으로 이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내 모 청소년수련시설에서 근무 중인 5년차 청소년지도사 A씨는 “내가 일하는 곳만 해도 더 나은 처우를 위해 서울·천안·아산 등 타 지역으로 이직한 사람이 7명이 넘는다”며 “7~8년 경력을 쌓아도 월급이 300만원을 못 넘다 보니 이 일을 오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그가 일하는 시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타 지자체와 충북 간의 처우 격차도 심각하지만, 충북도내 청소년시설 간 격차도 크기 때문이다.

A씨는 “군 단위 지역은 10년을 일해도 1년차 호봉 그대로 임금이 멈춰있기도 하다”며 “근무인원이 2~3명 남짓인 시설의 경우 연차가 쌓여도 기본급이 180만~19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도내 청소년시설 종사자 간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지자체 차원에서 청소년시설 종사자 임금 실태조사가 진행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다.

또한 도내 청소년지도사들은 충북을 떠나는 이유가 단순히 임금 격차뿐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지도사 B씨는 “경기도 성남이나 충남 아산처럼 청소년 관련 재단이 존재하고, 예산·인력 현황이 양호한 곳으로 이직을 원하는 지도사들도 다수 있다”며 “도내 대부분의 청소년시설은 인력 부족으로 지도사들이 행정·청소업무까지 담당해야 해 역량을 키우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정일 의원(청주3)은 지난 1일 `청소년지도사 처우 개선 및 지위 항상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조례안에는 청소년지도사 처우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계획수립, 실태조사, 적정 보수 체계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현재 청소년지도사 처우 개선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지자체는 충북 포함 5곳이 유일하다”며 “조례 제정을 통해 청소년지도자들의 처우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처우 개선 노력이 수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윤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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