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절에 '그날의 함성'을… 한 구절에 '자신의 과거'를…
한 구절에 '그날의 함성'을… 한 구절에 '자신의 과거'를…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8.24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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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첫 시집 '유월의 거리에 서서' 출간
"내 과거의 삶에 끌려갈 것 같아 시를 썼던 내 방식과 문학의 애매함을 접고 한번쯤 매듭짓는 계기로 뒤늦게 시집을 엮게 됐습니다."

23년 만에 첫시집 '유월의 거리에 서서(출판사 고두미)'를 출간한 김희식 시인은 문학에 관한 새로운 전환점으로 출간의 의미를 둔다. 80년대 군 독재시대 한가운데서 쓴 그의 시들은 민중과 민족을 노래하며 암울한 시대상황을 담고 20여년을 흘러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부라는 거대한 헤게모니가 사라진 지금, 시인은 새로운 문학의 길을 모색하며 자신의 과거를 시집 속에 저장한다.

"6월 항쟁 시절에 쓴 시들을 정리하다보니 당시는 민족적 아픔이 공감대를 이루며 절절한 느낌이었지만, 시대가 바뀐 지금 읽어보니 오히려 버려야 되는 것들이 많았다"는 시인은 "글로 사회변혁운동을 했던 시편은 시를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학적 서정보다는 역사적 진실을 서사한 작품들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유로 그의 시에는 분노와 증오와 희망 등의 직설적 표현이나 원관념들이 시에 투영되어 있다. "시대에 맞는 작품을 썼지 문학에 맞는 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시인의 말처럼 시대적 과제를 인식하고 수행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걸어온 문화운동가의 삶이 그대로 시속에 박혀있다.

김승환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엄혹한 현실과 싸우고 있고, 싸우는 무기는 문학을 택했던 것이며, 싸움의 전리품이 이 시집의 시들이다. 필연적으로 서정을 거부해야 한다. 그래서 서사, 그것도 민족과 국가를 주제로 하는 대서사가 된다"며 "민중이 꿈을 꾸는 세상과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시로 쓴 시인의 시는 서정이나 미학의 잣대로 잴 수 없다"고 평했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는 아직도 지난날의 순수한 열정, 뜨거운 헌신, 어머니와 해방과 기다림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지순했던 시간과 대비되는 비겁함과 흔들임과 무기력함을 곱씹으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적고 있다.

필요할 때 필요한 글을 쓰는 이가 작가라는 김희식 시인. 걸어온 길을 접고 새롭게 걸어갈 시인은 "시대의 변화 속에 시대정신의 수행방식이 달라졌지만, 예술적 기량은 높아지고 정신은 잃어버리는 예술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며 "원칙이 위배되면 행동은 더 크게 위배된다는 말처럼 힘들어도 근본을 놓지말아야 큰 길을 갈수 있다"고 들려줬다.

시인은 24일 저녁 7시 청주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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