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계절은 바뀝니다
그래도 계절은 바뀝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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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전 언론인>

장마도 지나갔고 휴가철도, 아이들 방학도 끝났는데, 여름이 거꾸로 가는지 푹푹 찌는 날씨는 계속됩니다.정말 덥습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씨는 처음이다"고 푸념하는 이웃들이 유난히 지쳐 보입니다. 여름이면 으레 아침 저녁으로 일을 몰아 하지만, 올 여름은 시도 때도 없이 덥습니다. 그렇다고 농작물 관리에 소홀할수도 없고, 모두들 고단해 합니다." 연로하신 농부들이 밭에서 더위에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잡았던 호미자루를 내동댕이 치게 합니다. 지난 주말 고추를 따다 들어온 아내가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며 점심도 못챙기고 한나절을 드러 누웠습니다. 한고랑만 더, 한고랑만 더 하다가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간 것이지요. 쾌적한 전원생활의 꿈을 안고 따라준 아내의 고생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올 여름 정말 덥습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들깨밭에 풀이 무성 한데도 뽑을 엄두도 못냅니다. 그래도 계절은 바뀝니다.

가끔씩 찾아주는 지인들이 "공기 맑은데서 전원생활하니 좋겠다"면서 "여건만 맞으면 농촌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말리고 싶습니다. 올 여름 같으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꿈을 접으라고 할 것 같습니다. 에어컨 펑펑 나오는 아파트 생활이 슬슬 그리워 집니다. 농촌에서 네번째 맞는 여름 나기가 힘이 듭니다.

지난주 공무원들이 다녀갔습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바이오 약용식물원'조성이 힘에 부쳐 지자체에 도움을 청했기 때문입니다. 약초포지에 잡초들을 보고 "관리좀 하세요"라는 지적에 "비가 자주 오고 밭이 질어 제때 못 뽑았습니다"고 얼버무렸지만, 얼굴이 뜨거웠습니다. 어떻든간에 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런 저런 확인을 하고 돌아 갔지만,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하는 농민들의 가려운데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江'긁어 줘야 하는데 그 보다는 완벽한 서류 갖추기에 중점을 두니 답답 '삽요구'그것도 감사에 지적 받지 않기 위해서라니…. 물론 감사도 중요 합니다. 국민의 혈세로 추진되는 사업에 누수가 있으면 그건 부정이니까요. 말끔하게 포장된 서류보다는 또 한 번의 현장 확인과 담당 공무원으로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소신껏 대변할 수 있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농촌이 처한 어려운 현실에서 농정을 다루는 공무원들의 직무자세는 농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지난 봄 입니다. 반복되는 약초이식작업에 진력이 나는 참인데 혁신 업무를 추진하는 부서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요지는 "지금은 힘이 드셔도 최선을 다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말미에 "준비한 자만이 얻을수 있다"는 그 말 한마디가 엄청난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어제 "일도 바쁘신데 기본적인 서류만 제출 하시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소신을 피력하는 젊은 면 '殆便湧' 패기에 농촌의 희망이 묻어 났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이 아침 계절의 변화를 알음장해 주는 풀벌레 소리가 사방에 가득합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찜통더위 새재기로 슬금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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