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피크인 8월이 시작되자마자 전국을 널뛰듯 오가며 퍼붓는 게릴라성 폭우가 휴가를 망쳐놨다.
당일 오후 기상청 예보조차 빗나가게 하는 날씨만큼이나 8월의 정치판도 변화무쌍(變化無雙)하다.
역대 최고의 당 지지율 속에 아름다운 경선을 외치며 산뜻하게 출발한 한나라당 대선경선은 서로가 비수(匕首)를 심장에 겨누며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전쟁터로 돌변했다.
당은 두동강이 나는 형국이다. '경선이 끝나더라도 문제가 심각하다. 1주일 앞으로 다가 온 경선일이 두렵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측간 과열경쟁으로 인해 경선후 적전(敵前) 분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곧바로 본선 승리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지지층은 잃어버린 10년을 찾기 위해서는 당 후보로 누가 나와도 된다는 대세론, 진보세력이 실패해서 보수층이 늘고 있다는 보수강화론, 경선후 하나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했다.
그러나 경선게임에 돌입하자마자 이른바 '빅2'는 오로지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서바이벌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 경선이 이들에게는 '이별연습'을 하는 것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다.
더욱이 경선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당내 선거인단의 표차는 박빙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이런 우려감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계층이 중첩되지 않고 대선과 총선이 근접해 있는 구조적 요인으로 경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후보가 결정되면 문제가 없지만 박빙으로 끝나면 당권, 대권 분리를 둘러싸고 승리 측과 패배 측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방만 보더라도 그 많은 지지세력이 양분돼 있다. 이들 지지 추종세력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로 경선이라는 전쟁터에 뛰어든 것이다. 마음은 내년 4월 총선에 이미 가 있다.
한나라 경선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는 사이 탈레반의 한국인질 사태에 이어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으로 고차원의 방정식으로 풀어야할 변수가 또 발생해 있다.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면서 개문발차(開門發車)식 대통합에 나섰던 범여권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순식간에 대통합 민주신당을 만들더니 이제는 열린우리당을 흡수, 제 1당으로 뒤바뀌었다. 지난달 말부터 꼭 1주일 단위로 중대 변화가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대통합 결의후 4차례에 걸쳐 81명의 소속 의원이 탈당한 이래 6개월만에 간판을 내리고 신당으로 옷을 갈아입게 됐다. 여기에 가해지는 비난은 가혹하다. 신당 내부에서조차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연상케 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위장이혼'(),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난도 쏟아진다. 대선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문을 열어놓고 출발하는 버처럼 범여권의 대통합은 바쁘긴 바빴던 것 같다.
신당에 몸을 실은 지역 국회의원들은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성경구절도 있다'며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에 서글픔을 느낀다고 말한다.
대통합 신당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색깔내기가 무척 버거워 보인다.
결국 지역 범여권도 분화 6개월만에 한몸이 됐다. 여기에 선도 탈당했던 변재일·서재관 의원 이력에는 당이 몇 개가 더 추가됐다.
이로써 신당도 대선경선에 본격 합류하게 된다. 지역구 의원들이 또 다시 어떻게 분화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선을 4개월 앞둔 정치권은 시계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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