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탐방 박물관
테마탐방 박물관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7.02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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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영동 난계국악박물관
박연의 음률 느끼는 우리가락 여기에

 소 개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 위치한 난계국악박물관은 박연선생의 음악적 업적과 예술적 혼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고 있으며 우리 나라 악기에 대한 이해와 교육을 위해 국악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문의 : 043-742-8843)

"팔순의 노인이 필마에 몸을 의지한 채 고향을 찾는다. 34세에 문과에 급제하고 집현전교리, 관습도관제조, 악학별좌, 대제학 등 나라의 요직을 지낸 그의 행랑에는 달랑 피리 하나가 전부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노인은 피리를 꺼내들고 도도하게 흐르는 물길 위에 구성진 가락 한조 건네니 그 쓸쓸함에 배마저 멈췄다."

난계 박연은 그렇게 영동을 찾는다. 셋째 아들 계우가 단종 복위사건에 연루되어 집안에 화를 당하고 낙향할 때 초로의 노인에게 마지막 위안이 되었던 피리이야기는 국악인 난계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화다.

난계가 타계하고 5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금강의 물줄기 따라 유유히 흘러온 국악의 향기따라 영동으로 향했다. 영동군 읍내로 들어서니 국악의 고장답게 곳곳에서 우리 가락의 흥이 느껴진다. 난계사, 난계당, 국악마당 무대 등 '도시가 국악마당이다' 할 만큼 국악의 꽃을 피우고 있는 영동에는 난계국악박물관을 중심으로 국악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국악 역사와 전통 한눈에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국악을 소재로 박물관을 조성한 영동군은 난계국악박물관과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 난계국악기 제작촌을 연계해 관람객들이 국악 역사와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우리 악기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위해 가장 먼저 난계국악박물관을 찾았다. 입구에는 난계 선생의 동상을 중심으로 생가와 사당을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고, 난계실에는 영정과 함께 일대기를 재현한 전시물을 중심으로 국악연표, 국악연주 모형, 국악 관련 고서 등 국악의 맥을 살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1층 전시장에는 박연 선생의 삶과 업적 등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영상실과 국악연주 때 입었던 의복, 그리고 70여종의 국악기를 관악기와 현악기, 타악기별로 전시한 국악실이 있다.

전시된 악기들은 나름의 형태로 보이며 소리와 느낌을 준다. 가야금, 거문고, 비파, 해금 등 눈에 익숙한 현악기들은 단아한 여인의 자태처럼 곱고, 피리와 나발이 있는 관악기에선 금방이라도 임금님 행차가 시작될 듯싶다. 육중한 몸짓의 편경과 편종을 보며 악기의 다양성을 생각해 보고, 큰북의 북채와 화려한 문양에선 힘찬 도약의 느낌을 받는다.

이행구 박물관장은 "민족 고유의 혼과 숨결을 간직한 국악기들은 정서적으로 민족 정신을 표출하는 방법"이라며 "감각을 자극하는 서양음악에 비해 국악은 기교가 많지 않고 단조로운 음색을 지니면서도 그 속에 감정이 다 들어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줄을 누르는 맛과 흔들어주는 맛이 국악현악기의 매력"이라는 이 관장은 "우리나라 현악기는 12현, 15현, 17현, 21현으로 이어지다 최근에는 25현 개량악기까지 선보이며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피아노 음계에 맞춰 작곡되는 곡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며 "옛날 음들은 저음이었는데 반해 지금은 1∼2음이 올라가며 음악도 사람도 정서적으로도 많이 떠 있다"고 설명했다.

국악기 관람을 마치면 박물관 옆 난계국악기 제작촌에서 악기 제작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장인들이 직접 악기를 만드는 이곳은 장고, 대북, 가야금 등 악기가 어떤 과정을 밟고 완성되는지 전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체험료를 내면 악기 제작도 가능하며, 타악기 공방 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타악기인 장고를 비롯해 북, 소고, 특수악기와 축소된 국악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보고 듣는 과정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난계국악체험전수관에서 다양한 우리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야금, 거문고 등 악기 체험

1층은 멀티미어어를 이용해 가야금, 거문고 등 8가지 국악기 소리를 듣고, 2층에서는 국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연주해 볼 수 있는 체험 전수실이 있다. 제1체험실은 장고, 북, 징, 꽹과리의 사물놀이와 소고, 상모 등 농악에 쓰이는 악기가 구비되어 있고, 이에 맞게 전통 의상을 준비해 참가들이 의상을 입고 연주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제2체험실은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대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악기마다 특성을 쉽고 재밌게 해설을 들려주던 이 관장이 체험실에서 악기를 보자 현을 가다듬고 자리에 앉는다. 손끝에서 가늘게 이어지다 튕겨져오르는 저릿한 선율과 어깨가 들썩이는 가락, 길게 이어지는 단조로운 음색 등 우리 가락의 맛을 들려준다. 창밖으로 가만히 흘러가는 금강의 물줄기처럼 소리 하나만으로도 감성을 엮어내는 우리 가락에서 문화의 힘이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 난계 박연 선생

영동에서 태어난 박연은 문과에 급제한 후 집현전 교리로 일하면서 전악서를 찾아가 음악공부를 본격적으로 한다. 당시 세자였던 세종과 관계를 맺게 되며, 1426년(세종 8년) 봉상판관 겸 악학별좌에 임명되어 국악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그는 편경 제작, 12율관 등 정확한 음률로 아악을 연주할 수 있게 하는 등 우리 음악을 완성한다. 또 아악의 악기를 만들어 종묘악을 완성함으로써 제례악은 오늘날까지 종묘에서 제사지낼 때 연주되고 있다.

1456년 사육신사건에 막내아들인 박계우가 관계되어 죽음을 당한 뒤 난계는 파직되어 영동으로 낙향 후 2년뒤에 세상을 뜬다.

난계 박연은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으로 꼽힌다.

 찾아오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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