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옥살이' 윤성여씨 누명 벗었다
`20년 옥살이' 윤성여씨 누명 벗었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12.17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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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무죄 선고 … 32년만
“어머니께 늘 죄송 … 이제는 떳떳하다” 환한 웃음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가 누명을 벗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7일 재심 선고공판을 열어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옥고를 치르며 정신·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검찰도 지난달 19일 열린 결심에서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검찰이 면밀히 살피지 못한 결과 피고인이 억울한 수감생활을 하게 만든 점에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씨가 누명을 쓴 화성 8차 사건은 1989년 9월 16일 발생했다. 화성군 태안읍에서 13세 박모양이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윤씨는 당시 범인으로 붙잡혀 20년간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2009년 가석방됐다. 42세 나이로 가석방된 윤씨는 갈 곳이 없어 청주에 정착했다. 행여 누가 자신에게 손가락질할까 철저히 신분을 숨겼다.

미치도록 억울했지만 폭발할 수도,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긴 세월을 복역하고 나온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억울한 옥살이와 사회에 대한 분노, 증오의 서슬 퍼런 응어리를 종교를 통해 극복했다.

당시 윤씨는 수사 단계부터 줄곧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되레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구타와 얼차려가 자행됐다.

화성 8차 사건이 다시 주목 받게 된 시점은 경찰 수사로 진범이 수면 위로 올라온 뒤다. 경찰이 DNA 분석으로 특정한 범인은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이춘재였다.

이춘재는 8차 사건 피해자를 비롯해 여성 14명을 살해하고 다른 여성 9명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했다.

누명을 벗은 윤씨는 “떳떳하지 못한 아들이라 어머니께 늘 죄송했지만, 이제는 떳떳하다”며 “누명을 벗고픈 간절한 마음이 이뤄져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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