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냐 진화냐
창조냐 진화냐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9.01.17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이 세상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든 것인가? 이 누군가는 물론 신을 의미하다. 이 논쟁은 역사적으로 아주 오래된 논쟁이자 지금도 계속되는 논쟁이다. 과학자들은 논쟁거리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은 아직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그 많은 사람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아마도 기독교인들일 것이다.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자연을 보면 참 오묘하다. 자연 풍광만 보아도 오묘한데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을 보면, 그리고 그 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 얼마나 다양하고 기이한가? 나아가 생물, 아니 인간의 신체구조만 보아도 그 오묘함이란 놀라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런 오묘한 자연이 그냥 저절로 생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오묘한 자연이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어떤 존재가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보일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독교인들에게 이 대자연의 신비함과 생명의 오묘함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은 물론, 이 대자연과 우주도 신이 창조했다는 좋은 증거로 보일 것이다. 더욱이 성경에는, 세상은 하느님이 창조했다고 되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성경의 창세기로부터 지금까지를 성경에 있는 내용을 가지고 계산해 보면 이 우주의 나이는 1만 년도 채 안 되는 6천여 년이다.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의 나이는 최소한 40억 년이 넘고,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에 의하면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이나 된다. 성경의 결론과 과학자의 결론이 이렇게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래서 창조론자들은 지구의 지층이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노아의 홍수 때 한꺼번에 만들어졌고, 지구 나이를 측정하는 방사능 연대 측정법은 방사능의 반감기가 옛날에는 달랐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우주의 나이도 초창기의 물리법칙이 지금과는 달랐기 때문에 지금의 물리법칙으로 우주의 나이를 계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성경의 6천 년에 근접하는 시간이 우주의 나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여기서 이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주장이 과학일 수가 있느냐 하는 문제다. 창조론자들의 주장은, 창조론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벽하지 않기는 진화론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러니 창조론도 진화론과 마찬가지로 학교의 과학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진화론도 완벽하지 않다. 아니, 진화론뿐인가? 모든 과학이론은 완벽하지 않다. 상대론도 양자론도 완벽하지 않다. 모든 이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아직도 많은 과학자가 자연을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창조론은 어떤가? 창조론은 진화론과는 달리 다를 수가 없다. 틀려서는 안 되는 이론이다. 창조론은 모든 것이 창조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의 과정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조론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자는 어떤 고정관념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창조론은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과학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해서 이 지구에 현재와 같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생겨났을까, 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이 과학자들의 작업에 진화론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창조되었다는 가설에 맞는 여러 가지 증거들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창조론이 과학 교과에 들어가 있을 방은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역설적인 결론 내리고 싶다. “창조론은 옳을지 모르지만, 과학이 아니고, 진화론은 틀릴지 모르지만, 과학이다.”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