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원세훈 측에 공판대책 문건 130건 전달"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사법 방해' 혐의를 수사해 온 검찰이 국정원 파견 검사 2명 등 범행을 주도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꾸리는가 하면, 법정 증언을 앞둔 직원들에게 위증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과정은 리허설을 거치는 등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26일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이제영 전 부장검사 등 파견 검사 2명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모 전 종합분석국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현안 TF 소속인 이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사건과 관련해 2013년 4월30일 위장 사무실을 설치하고 허위 문서를 급조해 비치하는 등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5월10일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자료 중 정치관여·대선 개입 관련 부분을 지워서 제출한 혐의, 2013년 9월~2014년 6월 법원 출석을 앞둔 국정원 직원 8명에게 허위 진술을 지시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현안 TF는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 관여 사실 및 제18대 대선 개입 사실이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 정통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구성됐다.
이들은 2013년 TF 구성 이후 약 2년에 걸쳐 매일 같이 수백 회에 이르는 회의를 통해 대책을 논의하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2013년 3월 자체 감찰을 통해 85명의 직원이 1인당 10~60여개 ID로 인터넷 공간 등에서 활동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TF는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등이 언론에 보도되자 원 전 원장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TF 논의 결과에 따라 해당 문건을 출처 불명의 '괴문서'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특히 TF는 위장 사무실 설치와 허위 진술 지시 과정에서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그 결과 댓글 활동에 사용하지도 않았던 노트북 등이 압수되기도 했다.
이 전 부장검사가 팀장으로 있던 실무진 TF는 원 전 원장 공판 진행 대책이 포함된 상황 보고서를 작성해 현안 TF는 물론 국정원장에게까지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진 TF에서 작성해 원 전 원장 사선 변호인에게 넘어간 문서는 모두 13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불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원은 업무와 무관하게 해외 출장을 보내 증인출석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이들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5일 사법 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문모 전 국익정보국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적인 사법 방해 공작이 없었더라면 실체진실이 일찍 드러났을 것"이라며 "약 4년이 지난 지금도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는 등 국가 사법 자원 측면에서 인적·물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초래하게 한 중대한 사안임이 명확히 밝혀졌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