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불행하다고/한숨짓지 마//햇살과 산들바람은/한 쪽 편만 들지 않아//꿈은/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나도 괴로운 일/많았지만/살아 있어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약해지지 마)
2013년 1월 2일 102세로 세상을 떠난 시바타 도요(Shibata Toyo)가 2009년에 모아둔 장례비 100만 엔(yen)으로 출간했던 첫 시집의 표제시(表題詩)였어요.
시바타 도요를 다시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첫 시집과 관련해 어느 포털 사이트에 소개되었던 다음과 같은 그의 생애가 자꾸 눈에 밟혔기 때문이에요.
`1911년 6월 26일, 도치기시 출생. 유복한 쌀집의 외동딸이었지만, 10대 때 가세가 기울어 음식점 등에서 더부살이를 했다. 33세 때 주방장인 시바타 에이키치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 겐이치를 낳았다. 에이키치와는 1992년 사별. 이후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홀로 생활했다. 취미는 젊었을 때는 독서, 영화?노래 감상. 중년에는 무용, 현재는 글쓰기. 꿈은 자신의 책이 번역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다.'
불행과 괴로움 때문에 약해지지 말자고 위로하던 시바타 도요는 92세부터 시를 짓기 시작하더니 꿈을 이루었네요. 그런 시바타 도요 앞에서 무슨 투정을 부릴 수 있을까요?
행여 살아갈 힘이 쑥쑥 빠져나가 입맛조차도 잃어버렸다면, 이런 시는 어떨까 합니다.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하루하루/너무나도 사랑스러워//뺨을 어루만지는 바람/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제각각 모두/나에게 살아갈 힘을/선물하네.”(살아갈 힘)
시바타 도요를 통해 후회가 될 일이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되는군요.
“무심코/한 말이 얼마나/상처 입히는지/나중에/깨달을 때가 있어//그럴 때/나는 서둘러/그 이의/마음속으로 찾아가/미안합니다/말하면서/지우개와/연필로/말을 고치지.”(말)
시바타 도요는 사람으로서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인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고민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침대 머리맡에/항상 놓아두는 것/작은 라디오, 약봉지/시를 쓰기 위한/노트와 연필/벽에는 달력/날짜 아래/찾아와 주는/도우미의/이름과 시간/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혼자 산 지 열 여덟 해/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나)
“돌아가신 어머니처럼/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어머니가 그리워//노인 요양원으로/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어머니//구름이 몰려오던 하늘/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지금도 또렷한/기억.”(어머니)
“나이를 먹을 때마다/여러 가지 것들을/잊어 가는 것 같은/기분이 들어//사람 이름/여러 단어/수많은 추억//그걸 외롭다고/여기지 않게 된 건/왜일까//잊어 가는 것의 행복/잊어 가는 것에 대한/포기//매미 소리가/들려오네”(잊는다는 것)
누구나 비밀을 말하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망각의 강 레테(Lethe)를 건널 때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던 시바타 도요가 고맙습니다.
“난 말이지, 죽고 싶다고/생각한 적이/몇 번이나 있었어/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아/지금은/우는 소리는 하지 않아//98세라도/사랑은 하는 거야/꿈을 꿔/구름도 타고 싶은 걸”(비밀)
/에세이스트
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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