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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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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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전경우 (石田耕牛)
조선 건국 초 태조 이성계로부터 팔도(八道) 사람을 평하라는 명을 받은 정도전은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 강원도는 암하노불(岩下老佛),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라고 할 뿐, 태조의 출신지인 함경도를 평하지 못하자, 무엇이든 좋으니 말하라는 재촉에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말한 다음 "그러하오나 함경도는 또한 석전경우(石田耕牛)올시다"라고 말해 왕의 노여움을 사지 않았다고 한다.

본보 5일자를 비롯한 그간의 일련의 보도를 보면, 청주시 용정·용담동 호미지구 택지개발사업을 두고 충북개발공사와 민간 추진위원회 간에 벌이는 싸움이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석전경우의 모습을 보여야 할 공영개발기관이 이전투구라니 못마땅할 밖에.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지난해 7월초 청주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충북개발공사의 호미지구 택지개발사업 추진은 설립 목적인 도민의 복리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와 거리가 멀다"며 "정 지사와 도가 호미지구 사업 추진을 포함한 충북개발공사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신속하게 진행해 조속히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충북개발공사는 지난해 3월, 오송신도시 개발과 진천·음성군의 혁신도시와 충주의 기업도시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도내 공영개발사업을 전담할 목적으로 도가 538억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그러나 별다른 실적이 없어 비난을 받다가 6월말에 이르러서야 겨우 호미지구 택지조성사업을 신청했는데, 이는 당시에 이미 수년째 민간개발이 추진 중인 것일 뿐만 아니라 규모 또한 겨우 3만여평(11만2500)에 불과해 공영개발기관이 뛰어들기에는 설립목적과의 거리가 멀고 말고는 차치하고 낯간지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충북개발공사는 뒤늦게 민간추진사업에 뛰어들어 치졸한 이전투구를 벌이기보다는 석전경우(石田耕牛), 자갈밭을 갈아 옥답을 일구는 우직한 황소가 되기를 바라며, 충북도 당국은 더 이상 분쟁과 갈등의 불씨를 키우지 말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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