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16>
궁보무사 <21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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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삼아 한 수 겨루어보게 했으면 좋겠네요"
1. 가경처녀와 부용아씨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여기는 한벌성.

한벌성주는 자기 외동딸 호위를 맡아주겠노라며 성 밖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가경처녀를 직접 만나보고는 기분이 썩 좋았다. 건장한 젊은 사내 못지 않은 듬직한 체격에 잘생긴 용모, 게다가 내덕과 사천의 보고대로라면 그녀의 무술 실력 또한 대단할 것이니 자기 딸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주고 책임져주는 호위무사감으로서 이보다 더 마음에 들 수 있겠는가

그녀를 적극 추천했던 율량과 성주의 아내 역시 흡족한 기분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후후후. 이제 저 여자가 그림자처럼 항상 뒤따라 다니며 감시 아닌 감시를 해줄 것이니 부용아씨는 더 이상 사내를 밝히는 등 엉뚱한 짓을 못하겠지.'

'호호호. 이제야 내가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잠을 잘 수 있겠어. 호호호.'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당사자인 부용아씨는 지금 잔뜩 골이나 있었다.

'아니, 내 맘에 딱 드는 호위무사를 내가 고르지도 못하게 하는 법이 어디 있어 흥! 계집애! 저렇게 콩나물처럼 키만 크면 다야. 내가 보기에 무술의 고수는커녕 칼자루조차도 제대로 못 잡아본 애 같아. 정말로 산속에서 사냥해가며 살았다면 최소한 나뭇가지에 얼굴이 긁히기라도 했어야할 것 아냐. 얼굴이 저렇게 희고 고운걸 보면 아무래도 저건.'

부용아씨는 몹시 불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아버지인 한벌성주에게 물었다.

"저 애가 정말로 무술 실력이 괜찮은지 의심스럽네요"

"아, 그건 걱정마라. 어제 내덕과 사천이 힘깨나 쓰는 장정 몇 명을 데리고 저 처녀가 사는 곳에까지 찾아가서 직접 확인해 보았단다. 저 처녀가 보기에는 저래도 장정 대여섯 명쯤은 그냥 공깃돌 다루듯이 가볍게 해치우더란다."

성주가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건 말 뿐이지 저희들이 실제로 본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기야 하지만. 그럼 넌 어찌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냐"

성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딸에게 물었다.

"우리 한벌성 내에서 웬만큼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불러 지금 당장 저 아이와 겨뤄보게 하세요. 그래야 저 아이의 진짜 실력을 우리가 알 수 있을 것 아니에요"

"성주님!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율량이 부용아씨의 말에 찬성하듯 얼른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으음."

성주는 뭔가 마음에 안드는 듯 눈살을 조금 찌푸려댔다. 왜냐하면 지금 저 가경처녀가 한벌성 내의 내로라하는 일급 무사들과 무술을 겨루어서 만약 지던가하면 틀림없이 자기 딸(부용아씨)이 여자가 아닌 남자 호위무사로 바꿔달라며 생떼를 쓸 것임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맞아요. 무술 실력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만 우리 아이의 호위를 맡을 수 있을 것 아니에요 그러니 어느 누구와 시험 삼아 한 수 겨루어 보게 했으면 좋겠네요."

성주 옆에 앉아있던 그의 아내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그럼, 누구와 겨뤄보게 함이 좋을까"

성주가 율량과 딸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어보았다.

"수곡이요."

"수곡이 적당할 것 같사옵니다."

성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부용아씨와 율량 대신의 입에서 수곡이란 이름이 거의 동시에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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