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14>
궁보무사 <21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11.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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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총각무사 방서
바로 이때, 약간 뒤에 처져있던 까닭에 이런 변을 당하지 않았던 원평의 또 다른 부하가 정북의 목에 단도를 똑바로 겨눈 채 그를 질질 끌고와서 방서에게 겁주듯이 크게 외쳤다.

"네 놈이 계속 까불면 너를 손님대접 해주는 이 자의 목에 구멍이 뚫릴 줄로 알아라."

"으으으. 방서! 제발 멈춰주게. 보아하니 이 분들은 성주님의 명령을 받고 찾아오신 분들이야."

정북이 벌벌 떨면서 방서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방서는 한순간에 휘이익 날아가 지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있는 원평의 바로 뒤에 착 달라붙더니 한손으로 원평의 목을 잡아 쥐며 맞대응 하듯 크게 소리쳤다.

"뭐가 뭔지 아직도 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를 손님대접 해주고 있는 고마운 분(정북)을 어서 풀어드려라. 안 그러면 이 자의 목을 장작 빠개듯이 그대로 내리쳐 버리겠다."

"아니, 네 놈이 감히 우리 성주님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정북의 목에 단도를 겨누며 위협하던 원평의 부하가 큰소리로 다시 외쳐 물었다.

"성주님이야 너희들의 성주님이지 내 성주님이더냐 나에겐 오로지 나를 인간적으로 잘 대접해주시는 정북님만이 있을 뿐이다."

방서가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이보게 방서! 제발 이 분들 말을 들어 주게. 나는 이곳 팔결성주 오근장님의 부하중 한사람일 따름이야. 그러니 성주님의 명을 받고 온 이분들의 말을 들어야지."

정북이 발발 떨면서 다시 외쳤다.

"우리가 방서 너를 데리고 가려는 목적은 무슨 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무슨 커다란 일을 너에게 맡기고자 함이야. 이 일만 성공시키면 성주님께서 너에게 커다란 상급을 내리실 것이다. 자자손손 대대로 먹고 살 수도 있는 엄청난 재물을 말이야."

정북을 칼로 위협하고 있던 원평의 부하가 큰소리로 다시 말했다.

방서의 손아귀에 지금 목덜미가 꽉 잡혀있는 원평도 그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일만 잘 되면 성주님께서는 자네에게 꽃같이 예쁜 미녀들도 하사하실 걸세."

그러자 방서가 화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 나에게 엄청난 재물을 내리건 꽃 같이 예쁜 미녀를 하사하건. 어, 어라 가 가만있자. 꽃같이 예쁜 미녀라고"

예쁜 미녀 얘기가 나오자마자 새우젓만한 두 눈에 생기가 싹 돌며 갑자기 두 귀가 솔깃해진 듯 방서가 원평에게 다시 물었다.

"그, 그렇다. 네가 한 번만 봐도 두 눈이 휘까닥 돌아버릴 정도로 엄청나게 예쁜 미녀들을 오근장 성주님께서 상급으로 주신다고 하셨다. 물론 성주님께서 부탁하신 일을 네가 제대로 해준다면 말이다."

"도대체 내게 뭔 일을 부탁하시려는 건데"

방서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건 모른다. 네가 일단 우리를 따라가서 외북 장수님을 만나 뵈면 알게 될 것이다."

"으음음."

방서는 잠시 뭔가를 생각해 보는 눈치더니 갑자기 호탕스럽게 껄껄 웃으며 다시 말했다.

"하하하. 이거 참! 나를 극진히 대우해 주시는 정북님께서도 그리 말씀을 하셨고, 또 나를 그토록 간절히 원하신다고 하니 인간된 도리상 모른체 할 수가 없구먼. 알았소이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내가 일단 따라가서 뭔 부탁인지 자세히 들어보기라도 합시다."

마침내 방서는 옴짝달싹 못하게 목덜미를 꽉 부여잡고 있던 원평을 가만히 풀어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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