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몰카부터 휴대폰 무음촬영 앱까지
최첨단 몰카부터 휴대폰 무음촬영 앱까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9.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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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케이스형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던 8월 말 희한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바로 화재경보기형 몰카를 이용한 절도 사건이다.

김모(49)씨와 고모(37)씨는 3월3일부터 8월7일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서울과 경기 지역의 빈집에 침입해 현금 등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들은 범행 2~3일 전 목표로 삼은 아파트를 방문해 화재경보기형 몰카 6대를 각 출입문 간격에 따라 복도 천장에 설치했다. 이후 이를 회수해 녹화된 영상을 토대로 출입문 비밀번호와 출근 시간 등을 확인한 뒤, 맞벌이로 낮 시간대 아무도 없는 집에 침입해 현금과 귀금속을 훔쳤다.

이들은 8월8일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하고 주변 폐쇄회로(CC)TV 50여 대를 분석해 동선을 파악한 경찰에게 덜미가 잡혔다.

◇몰카의 진화에는 한계가 없다?

범죄 내용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두 사건의 공통점은 ‘몰카’, 그것도 다른 사물로 위장한 몰카를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보통 카메라의 경우 누구나 자신이 촬영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핸드폰 역시 카메라 기능이 일반화한 만큼 촬영하는 낌새를 느끼기 쉽다.

그러나 이들 사건에서 사용된 핸드폰형이나 화재경보기형 등 다른 사물로 위장한 몰카를 쓴다면 얘기가 다르다. 누구든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샤워하거나 옷 갈아입는 장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장면 등 은밀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게 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초소형 카메라’ ‘스파이캠’ ‘미니카메라’ 등을 검색하면 판매업체 리스트와 함께 몰카로 이용할 만한 제품이 적시된다.

종류도 갖가지여서 손목시계, 야구모자, 안경, 넥타이핀, 단추, 만년필, 자동차 스마트키, 키홀더, 핸드폰 보조 배터리, 탁상시계, TV 리모컨, 텀블러, 담뱃갑, 라이터, 액자, 전등, 전등 스위치 등 다양한 생활 소품들이 나온다. 모두 고성능 초소형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들이다.

화질은 SD급(720*480)부터 풀HD (1920*1080)급으로 다양하다. 불빛 없이도 가능한 적외선 촬영, 동작 감지 등 기능도 최첨단이다. 가격은 형태, 화질, 기능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보통 10만원~50만원대다.

◇경찰, 단속에 나선다지만

이처럼 몰카가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경찰이 부랴부랴 몰카 생산과 소지, 판매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신설하기로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8월31일 “안경에 장착된 몰카와 같이 카메라의 모습이 띄지 않는 몰카, 즉 변형된 몰카에 대해서는 생산과 판매·소지 등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며 “기본적으로 그런 것(몰카)은 가지고 다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안경 등 기존 제품이나 시설·장치 등에 장착한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유통·공여를 금지하는 조항을 의원입법이나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만들기로 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1일부터 블루투스 등 전파 기능이 있는 몰카 단속에 나섰다. 이런 종류의 몰카를 제조·판매·수입하면서 적합 인증을 받지 않았을 경우 전파법 제58조의2 제1항 ‘방송통신기자재와 전자파 장해를 주거나 전자파로부터 영향을 받은 기자재를 제조 또는 판매하거나 수입하려는 자는 해당 기자재에 대해 적합성 평가 기준에 따른 적합 인증을 받아야 한다’에 저촉되는 데 착안했다.

또 워터파크와 같은 전국의 대형 물놀이 시설이나 찜질방 등 몰카 취약 시설에 성폭력 특별수사대 215명을 전담 배치하고 그 외 물놀이 시설에도 여성·청소년수사팀 2643명을 잠복근무하도록 했다. 여성 탈의장이나 샤워장 등에는 여경을 배치하고, 여성 형사들의 비노출 잠복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경찰청 신고 애플리케이션(목격자를 찾습니다)에 몰카 신고 코너를 신설, 몰카 촬영범이나 영상 유포자 검거에 기여할 경우 2000만원 이하의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단속 의지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전파를 사용하지 않는 촬영기기는 단속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에 악용되는 몰카는 전파를 사용하지 않아 단속 대상이 아직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 단속이 시작된 1일 이후에도 판매상들은 ·온·오프라인에 걸쳐 몰카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한 상인은 “오히려 언론에서 사물 위장형 몰카를 많이 홍보해줘 문의가 더 많아졌다”면서 “이런 류의 몰카 사건이 일어난 것이 처음이 아닌데 왜 이리 호들갑인지 모르겠다. 이러다 말 것이라 본다”고 귀띔했다.

◇몰카를 능가하는 휴대폰 무음 촬영

일각에서는 이런 류의 몰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이 ‘휴대폰 무음촬영 애플리케이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2004년 정부는 ‘카메라폰 오남용 규제방안’을 만들어 스틸 촬영 시 “딸각”, 동영상 촬영 시 “띵”하는 알람을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앱 마켓에 들어가면 이 같은 알람을 무력화하는 앱 수십 가지를 얼마든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앱은 촬영하면서 핸드폰 화면에는 전혀 피사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촬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도 절대로 알 수 없다.

2013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무음 카메라 앱에도 촬영음이 들어가도록 했지만 권고사항일 뿐이다. 게다가 외국산 무음 촬영 앱은 규제할 방법 자체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앱이 공공장소 에티켓을 위해 개발된 만큼 원래 개발 취지를 살려 사용될 수 있도록 사용자들의 양심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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