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11>
궁보무사 <21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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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급하시걸랑 그대들이 찾으면 될 것 아니오"
1. 총각무사 방서

원평이 그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막 나가려할 때 외북이 얼른 소리쳐 다시 불렀다.

"아, 잠깐! 그런데 말이야. 그 방서라는 떠돌이 총각무사의 무술 솜씨가 엄청 대단하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지 실제로 내가 본 적이 없었거든, 만에 하나 그것이 과장되었거나 헛소문일 수도 있으니 내게 데리고 오기 전에 자네가 간단히 시험을 해보게나."

"시험이 조금 과하더라도 괜찮겠습니까"

원평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이지. 별것도 아닌 무술 실력을 지녔으면서도 입으로만 대단하다고 소문난 놈이라면 우리가 데려와 봤자 써먹을 수 없지 않은가 우리 팔결성 사람도 아니니 놈의 실력이 신통치 않거나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깨끗이 끝장을 내주고 그냥 돌아오게나."

"알았습니다. 그러잖아도 요즘 제 손이 근질거리던 참이었습니다."

원평은 환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하고는 힘세고 날랜 병사 대여섯 명을 데리고 정북이 있는 곳으로 급히 출발했다.

졸지에 원평 일행을 맞이한 정북은 그들이 찾아온 목적을 알고나자 손사래를 쳐가며 몹시 못마땅한 듯 입을 열었다.

"아니,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가 내가 요긴하게 한 번 써먹어보고자 일찍이 받아들여 가지고 오랫동안 귀한 손님으로 대접해주며 데리고 있는 자를 어떻게 함부로 내줄 수가 있나 아무리 외북 장수님의 명령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고 또 과한."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원평과 함께 온 부하들이 일제히 칼을 쑥 뽑아서 그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원평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은근히 겁주듯이 정북에게 말했다.

"이건 오근장 성주님의 명령에 따라 외북 장수님께서 결정하신 일이야.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대 머리를 베어버리고 명령을 수행할 수밖에 없소. 어서 방서를 부르시오."

정북은 그들의 날카로운 칼끝이 자기 얼굴 위에 거의 스칠 정도로 바짝 와 닿자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손가락으로 어느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 집 안으로 들어가 보시오. 방서가 머물고 있는 곳이요."

원평 일행은 정북에게 겨누었던 칼을 거두고는 그가 가리켜준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들이 대문 안으로 들어섰지만, 꺼벙하게 생긴 젊은 하인 녀석 하나만 마당 한가운데에 짚단을 잔뜩 깔아놓고 앉아 열심히 새끼를 꼬고 있을 뿐 집안은 그저 조용하기만 하였다.

"으음."

원평은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가 앉아서 새끼를 꼬고 있는 젊은 하인에게 물었다.

"여기에 방서라는 이름을 가진 떠돌이 무사가 머물고 있는가"

"방서요 글쎄요. 그 이름, 제가 어디서 좀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새끼를 꼬던 하인이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거리며 대답했다. 그는 그저 그렇고 그런, 어디가서 하인 노릇하기에 아주 딱 어울릴만한 용모를 가진 젊은이였다.

"말하라. 우린 외북 장수님의 명령으로 그를 데려가고자 일부러 여기에 찾아왔느니라."

"조금 있으면 올 것입니다요. 아무리 바빠도 제까짓게 끼니때가 되면 밥 먹으러 들어오지 않겠어요"

"어허! 어서 빨리 말하라. 보아하니 그자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네가 아는 것 같구나. 냉큼 달려가서 네가 직접 데리고 오던가 앞장서서 그가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라."

원평이 하인을 향해 다시 소리쳤다.

그러자 하인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마치 빈정거리는 어투로 원평에게 다시 말했다.

"뭘 그렇게 서두르시오 나 지금 새끼 꼬느라고 한참 바쁜 거 그대들 눈에 안 보이오 정 급하시걸랑 그대들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방서를 외쳐 불러 찾으면 될 것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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