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의 10년 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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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뤼페모스의 섬을 출발하고 나서 한 열흘쯤 되었을까요, 갑자기 모든 바람이 멎어 버렸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범선에서의 살인은 거의가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을 때 일어납니다. 이타케 섬의 뱃사람들은 폭풍보다 무풍을 더 두려워하지요. '역풍보다 무풍'이라는 옛말처럼 말입니다."
선원들의 공포어린 독백처럼, 오디세우스도 기상학에서 말하는 악명 높은 적도무풍대(赤道無風帶)를 만났다. '범선의 모든 선원들이 저주한 바람 없는 좁은 지대'인 적도무풍대에서는 적도상의 고온(高溫)이 굴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적도상의 고온이 되돌아오는 북동풍과 남동풍을 끌어당겨 수 천m 상공에서 합류시키기 때문에 해수면에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게 된다. 무풍대를 만난 뱃사람들은 거울처럼 잔잔해진 바다를 빠져나가기 위해 불볕더위 속에서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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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신이시여! 이 섬 근처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크게 고생을 했습니다. 이제 바람신께서 저희들의 고향 이타케 섬으로 가는데 도움이 될 바람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태풍의 한가운데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 것처럼 바람신이 사는 곳 주변에는 바람이 없는 법이다. 원래 동-서-남-북풍을 주관하는 신들이 따로 있지만, 나도 조금은 바람을 부릴 수 있다. 바람을 한 자루 준비하였으니 필요할 때마다 자루를 열어 돛을 부리도록 해라. 하지만, 이 바람 자루를 절대로 부하의 손에 맡기면 안 된다."
바람신은 황소를 잡아 만든 가죽 자루에 바람을 담아 오디세우스에게 주었다. 오디세우스는 바람 자루의 주둥이를 가죽 끈으로 단단히 동여매고 배에 올랐다. 아이올리스 섬을 출발하여 열흘 동안은 뱃길이 순조로웠다. 모두들 금방 고향에 도착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을까, 어느날 오디세우스가 낮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광풍이 불어닥쳤다. 돛대는 부러지고 배는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고 있었다. 급히 바람신이 준 가죽 자루를 찾았으나 주둥이를 묶었던 가죽 끈이 풀어져 있었다.
"저희들은 가죽 자루에 금은보화가 들어있는 줄 알았습니다. 살짝 열어보려고만 했는데 그만…"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전리품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는데도 부하들은 오디세우스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곧바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10년 동안이나 바다에서 유랑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가 바다의 유랑생활을 더 하게 된 것은 바람 탓이었을까, 아니면 부하들의 욕심 때문이었을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 때문이었을까, 신화는 상상의 바다로 우리를 자꾸만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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