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에 매달린 다람쥐(1)
절벽 위에 매달린 다람쥐(1)
  •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 승인 2014.08.3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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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김영미 <청원군 문화관광 해설사·수필가>

대청댐으로 가는 길, 가파른 구룡산 중턱에 대청호수의 아름다운 경관을 안고 등대처럼 우뚝 솟아있는 절. 사바세계의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오르다보면 절이 나온다. 절벽위에 매달린 다람쥐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현암사(縣岩寺)다.

현암사가 있는 곳을 지금은 하석리라고 하지만 예전엔 현도면 오가리라고 하였다. 오가리라는 지명은 석양과 단풍, 물과 구름, 그리고 달 등 다섯 가지가 아름답다고 하여 오가리라고 한다.

또 직업이 서로 다른 다섯 성(姓)씨가 모여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기도 하다. 어느 날 한 초라한 노파가 이 마을에 와서 자고 가기를 청했으나 네 개의 성씨들은 모두 거절하였다.

이때 어부 우(禹)씨만 이 노인을 거두어 목욕을 시키려고 목욕통에 들여보냈더니 관세음보살로 변하였다. 그래서 그 은혜의 보답으로 앞강에 물고기가 모이는 돌무리를 만들어 장마에도 떠내려가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가리라는 지명을 갖고 있다.

현암사의 창건 시기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기록이 없다. 다만 절에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백제 전지왕 3년에 달솔해충(達率解忠)의 발원으로 고구려 승려인 청원 선경 대사께서 창건하시고 그 후 문무왕 5년에 원효대사께서 중창했다고 한다. 원효는 앞으로 천년 후에 구룡산 발치에 큰 호수가 생긴다는 예언을 했는데 그 예언이 적중한 곳이기도 하다. 정조 7년 조선시대에는 시환 대사가 중창했다고도 한다. 현암사는 특히 조선시대 기록인『신증동국여지승람』,『충청도읍지』같은 각종 지리서의 기록에 견불사(見佛寺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다가, 후기로 들어서면서 현사로 바뀐 것이 지금의 현암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를 통해 적어도 조선 초기부터 절의 명맥이 이어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는 속리산 법주사 말사로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하석리에 위치하고 있다.

청원 선경대사가 지금의 현암사를 세울 장소를 찾기 위해 눈 덮인 구룡산을 오르고 있었다. 명당으로 소문은 자자했지만 산길이 험하고 많은 눈들이 쌓여있어 발을 떼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겨우 절터 근처까지 오르게 되었는데 웬 노루 한 마리가 그 곳에서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청원대사가 다가가자 잠에서 깬 노루가 머리를 숙이며 절을 세 번하고는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것을 신기하게 본 스님은 노루가 있던 자리에서 눈 대신 깨끗한 영천수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으니 절을 세우기에 완벽한 수도 도량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청원 선경대사는 이곳에 절을 창건하게 되었고 지금의 현암사가 되었다고 한다.

관광객들에게 흥미 있는 것은 관광지의 어떤 정보나 지식이 아니다. 정보나 지식은 가르쳐줘도 금방 잊어버리기 쉽다. 그러나 전설이나 설화를 듣고 돌아간 분들이 다음에 다시 동료나 가족들과 함께 와서 그 전설이 듣고 싶어 또 왔다는 것을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전설이나 설화를 귀담아듣고 그것에 한층 흥미를 느낀다. 전설 이야기가 나왔으니 또 한 가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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