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직지』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 열여섯 번째 이야기는 ‘직지’하권 1장에 나오는 아호 대의 화상의 여러 편 좌선명(鵝湖大義和坐禪銘)에 대한 글 중 한편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흑산 아래에 앉아 있으면 죽은 물에 잠기나니 /대지가 길고 먼 것을 어떻게 없앨 수가 있겠느냐?/만약에 쇠로 된 눈과 동으로 된 눈동자를 가진 /놈일진대 마음에 착수해서 능히 스스로 판단한다./바로 착수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기약할 것이니 /크게 울부짖듯 소리 내는 사자이네.
검은 산이란 철위산 같이 해와 달의 광명이 비치지 않는 곳이다.
死水는 썩은 물이다. 물은 흐르고 살아 있어야 하는데 죽은 물속에 잠겨 있으면 안 된다. 조사선문에 죽은 물에는 용이 잠겨 있지 않다는 말이 있다. 그처럼 死水에 잠겨 있으면 안 된다.
철안동정한(鐵眼銅睛漢), 쇳덩어리 눈과 구리로 된 눈동자를 가진 놈은 보통 놈이 아니다. 이 세상에 보기 드문 가장 최상의 근기들이다. 초능력을 가진 상상근기를 철안동정이라고 한단다.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가정적으로 뛰어난 상상근기에 빗대어서 말한 것일 것이다.
착수란 마음을 한번 냈으면 죽고 사는 것을 돌아보지 않고 확철대오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참선학도를 멋지게 그야말로 뛰어나게 한 번 한다는 것이니 사생결단을 하는 것이다.
참선을 제대로 잘 하면 능자판이다. 그런데 오늘도 그 모양 내일도 그 모양으로 항상 도로아미타불하면 능자판이 아니라 능불판이라고 한단다. 참선을 시작했다면 바로 확철대오하는 것이 목표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맹수 중의 사자와 같다고 해서 탁사자라고 한다. 효후란 사자가 산천이 무너질 정도로 크게 울부짖는 소리이다.
이와 같이 아호대의 화상의 좌선명 중 마음먹은 것은 죽고 사는 것을 돌아보지 말고 확철대오하는 것을 목표로 참선학도를 뛰어나게 한다는 것은 조선왕조실록 의 내용, 살아서 절의를 지키고 관직에 나오지 않은 생육신과 정보, 권절이 의리를 지킨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그 생육신 중 한 사람인 조선의 신동에서 방랑자 시인 김시습은 청주와 인연이 깊다.
이렇듯 청주 상당산성 공남문 앞 잔디밭에는 절개를 지킨 천재 방랑 시인 매월당의 시비가 있다. 산천이 무너질 정도로 크게 울부짖는 사자의 소리 닮음으로 그 시를 읊어봄은 어떨련지…
꽃다운 풀 향기 신발에 스며들고/활짝 갠 풍광 싱그럽기도 하여라/들꽃마다 벌이 와 꽃술 다 묻혔고/살찐 고사리 비갠 뒤라 더욱 향긋해/웅장도 하여라 아득히 펼쳐진 산하/의기도 더 높구나 산성마루 높이 오르니/날이 저문들 대수라 보고 또 본다네/내일이면 곧 남방의 나그네 일터이니.
-遊山城(유산성) 전문-
아호대의 화상은 좌선명 중 초능력을 가진 상상근기를 철안동정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 뛰어난 상상근기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이는 정상에 오르면 하늘이 손아귀에 잡힐 것만 같아 서둘러 오르고픈 의욕이 솟아나는 것과 비견 될 수 있겠다. 그래서 힘겹게 정상에 올라보면 손아귀에 잡히기는커녕 하늘은 훨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정상에 올라와서야 알게 되는 것처럼 진정 높은 것은 가볍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이는 교만 떨지 말라!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이가 있다는 배움으로 깨달음을 주는 것일 것이다. 철안동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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