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숲
순천만 갈대숲
  • 이효순 <수필가>
  • 승인 2014.06.0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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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

이른 아침 여름 바람이 상쾌하다.

오늘따라 날씨까지 우리를 축복해주는 듯 간들바람(보드랍게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분다.

지루하던 틀을 벗어나 지인들과 함께하는 여름 나들이에 동참했다.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 설렘으로 가득하다. 목적지는 순천만 갈대숲이다.

지난 연말 텔레비전 화면이 겨울 철새로 가득했다. 난 언제 그곳에 가볼까. 마음으로만 간절히 그리던 순천만 갈대숲을 찾았다. 먼 수평선과 갯벌, 갈대숲이 어우러진 곳, 갯바람을 마음속까지 들이마시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방부 목으로 조성된 인공 숲길은 자연과 사람의 기술이 더해져 운치 있는 산책로가 되었다. 그곳은 많은 관광 인파로 활기차다. 습지와 바다, 그리고 산책로를 누비는 원색 물결의 관광객, 장관을 이룬다.

오래전부터 텔레비전 화면의 모습과 내 생각을 더해 나름대로 상상 속에 그림을 그려보았다. 운전을 하지 않아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기는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았다. 남편에게 갈대밭 영상이 텔레비전 화면을 비출 때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한 것이 몇 번 되었다. 남편은 별 관심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 그때마다 속상했다. 오늘은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현장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바닷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릴 때마다 마음속까지 시원했다.

찻집에서 갈대밭을 바라본다. 갈대밭은 지난해 빛바랜 갈색 빛 갈대와 지금 자라는 초록빛 갈대가 함께 있어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초록빛과 빛바랜 갈색의 자연스런 어울림은 나름대로 편안해 보였다. 그 갈대숲을 옆에서 제대로 바라보며 사색할 수 있는 기차는 마침 휴일이라 이용할 수 없어 아쉬웠다.

갯바람을 쏘이며 갈대밭을 산책하는 기분은 젊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갯벌에 자라고 있는 갈대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자원인 동시에 순천의 명물이었다. 그 갈대숲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갯벌에 먹을 것이 있으니 겨울 철새가 찾는 곳이 아니었던가. 초록의 바닷바람에 갈대 잎이 부딪치는 소리는 나그네인 내게 정겨움을 더해 준다.

갈대숲 사이로 보이는 갯벌에 크고 작은 구멍들이 진흙 위에 여러 곳 보인다. 그곳을 드나들며 우리를 구경하는 짱뚱어와 농게, 방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산책길에서 좀 아래 있기에 손이 닿지 않는다. 한번 진흙에 손을 넣어 잡아보고 싶은 마음에 눈길이 머문다. 아마 사람 손이 닿으면 갯벌의 생물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 좀 높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순천만 갈대숲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유일한 세계적인 연안습지다. 갯벌, 갈대, 철새의 낙원으로 그곳에는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220여 종의 철새들이 오가며 살고 있다. 방부 목으로 조성된 숲길을 걸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자연을 그대로 방치시키지 않고 가꾸어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작품을 만든 셈이다. 그곳 주민들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얼마나 정성들여 갈대숲을 열심히 가꾸었을까. 관광객들은 연신 감탄사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의미한다. 빙산의 숨겨진 부분처럼 보이지 않는 세월에 땀과 노력이 많은 연륜을 쌓았으리라.

거의 같은 키로 자란 초록빛 갈대들이 여름 바람에 작은 초록 물결을 이룬다. 사각사각 감칠맛 나는 갈대의 속삭임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도 함께 바람결에 실려 가는 것 같다. 방부목 난간에서 푸른 갯바람을 마음껏 마시며 먼 수평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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