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세월호에 묻힌 박찬우 인지도. 새누리당 천안시장 경선에서 고배를 든 박찬우 전 안전행정부 제1차관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지난달 9일 새누리당이 천안시장 경선 방식을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그의 승리는 무난해 보였다.
천안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중앙부처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차관직에 오른 그의 경력에 지역 여론도 급격하게 우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던 때라 더욱 그랬다.
그러나 갑자기 변수가 생겼다. 상대 후보가 당의 경선 방식(충남 15개 시·군 중 유일하게 천안시만 100% 여론조사 경선 방식으로 정한 것)에 반발, 단식 투쟁을 벌이는 사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경선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우여곡절 끝에 양자합의(100% 여론조사)로 봉합됐지만, 전국 모든 곳에서 선거운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그의 인지도는 더는 올라가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결국 ‘아주 조용히’ 치러진 여론 경선에서 그는 지방 정치 무대 4선 관록의 현 시의회 의장에게 패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지역 호사가 몇몇이 그의 패인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았다. 첫째는 ‘세월호 사고로 인한 선거운동 중단으로 인지도 제고 실패’였다. 둘째는 ‘착신전환 지지층 부재’. 무슨 얘기냐 하면, 여론조사 전화가 집으로 걸려오면 (집 전화를 휴대폰으로 받을 수 있게) 착신전환을 해놓고 지지 응답을 해주는 충성스런 지지층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역선택.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원하지 않는 응답자들이 고의적으로 박 후보보다 경쟁력이 약한 상대 후보를 지지했다는 얘기다. 이밖에 (상대 후보에 비해) 조직력 미흡 등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왔으나 무엇보다 뼈아팠던 것은 역시 세월호라는 돌발변수였다.
◇ 민심을 손쉽게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각 정당이 애용 중인 전화 여론조사 방식 경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유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람을 자당의 후보로 뽑겠다는 것인데 전국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 천안시장 경선에서 거론됐던 ‘역선택’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박찬우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경선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역선택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었다”고 말해 역선택의 실재를 주장했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중앙당공천관리위원회가 역선택 방지를 위해 (여론조사에서) 타 정당 지지자 배제 방침을 세우자 김황식, 이혜훈 예비후보가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인데 특정 후보(정몽준 의원)를 위해 ‘룰’을 뒤집었다”고 당을 성토했다.
새누리당이 전화 여론조사 때 역선택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라서 앞으로 경선 불복 사태가 발생해도 할 말이 없게 된 셈이다.
착신전환을 우려해 100% 여론조사를 100% 공론조사 방식으로 바꾼 곳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지사 경선 현장인데 조직력이 약한 후보들, 즉 열성 지지층이 없는 후보들이 주장해서 관철됐다. 공론조사란 양쪽이 같은 수로 모집한 선거인단에 두 후보의 정보를 제공하고 지지 후보를 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구시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한대곤 예비후보가 전화여론조사 경선을 비판하며 한마디 했다. “후보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유권자들에게 갑자기 전화를 해 적당한 인물을 선택해 달라는 것은 옳은 후보자를 뽑는 것과 너무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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