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는 눈을 감고 있었다
천안시는 눈을 감고 있었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04.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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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28일 천안검찰의 시내버스 비리 발표를 듣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천안시 감독부서가 제대로 눈을 뜨고 있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 보도자료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삽화가 등장했다. 밑 빠진 독은 천안 시내버스 회사들이고, 거기에 물 붓고 있는 건 천안시였다. 시가 퍼붓는 물은 다름 아닌 시민 혈세였다.

3개 회사는 하나같이 승객이 현금으로 낸 요금에서 매일 100만~400만원씩 빼돌렸다. 빼먹기 수법이 가관이다. 지난해 3월 1일 한 회사의 엑셀 파일로 정리된 현금 입금표. 수십 대 시내버스의 현금 수입이 수십만원씩 기록돼 있었다. 총액은 963만원. 횡령할 금액란에 400만원을 입력했다. 버스 별 현금 수입이 자동 수식(數式)에 따라 줄어들었고, 총액은 563만원으로 ‘정리’됐다. 이를 분식 장부에 기재만 하면 끝.

횡령으로 생긴 적자는 시 보조금으로 메웠다. 시가 벽지 주민을 위해 버스를 운행토록 하고, 그 적자액을 보전해주는 걸 악용한 것이다.

적자 폭을 조사하는 용역회사 간부에게 뇌물을 주고 적자액을 부풀렸다.

시 담당 공무원에게도 뇌물을 주고 골프 접대를 했다. 3개 버스회사는 ‘검은 커넥션’유지 자금용으로 차명계좌까지 공동 관리했다.

이런 커넥션이 언제부터 계속됐는지는 검찰도 모른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로 입증되는 시기(2010~2013년)만을 조사했을 뿐, 그 전엔 이런 일이 없었다고는 말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천안시가 해마다 100억원 안팎씩 주는 보조금에 항상 의혹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시가 엄청난 혈세를 쓰면서 철저히 조사하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말’이 아니라 ‘가마’로, 혈세를 허투루 퍼주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 공무원은 ‘되’ 수준도 안 되는 뇌물을 받고 눈을 감았다.

이런 시내버스 비리를 관련부서를 거쳐간 많은 공무원이 아무도 몰랐단 말인가. 검찰은 누가 봐도 비리가 예상되는 구조라서 수사를 착수했다는데.

천안 버스요금은 2010년 1100원에서 1200원으로, 또 2013년 1200원에서 1400원으로 3년간 전국 최고 수준(27.3%)으로 올랐다. 시 보조금도 줄지 않고 계속 증가했다. 2010년 86억원에서 3013년 155억원으로 80.2%가 늘었다. 그런데도 회사들은 적자 타령을 했다. 적자액이 장부상 4년간 55.2%씩 증가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횡령 등 불법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재무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적자 속에서도 회사 주주들에겐 고액의 배당금이 돌아갔으니 누군들 의심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3개 회사는 수년간 ‘수입금 고스톱’을 짜고 쳤다. 매년 경리담당자들이 모여 회사별 수입액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한 개 노선을 3개 회사가 돌아가며 운행하는 공동 배차제이기 때문에 수입금 축소에 담합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천안시는 눈을 감고 있었다. 시는 ‘최소 7년간’(검찰 표현) 보조금 액수 적정성 검증을 같은 민간용역업체에 맡겼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뇌물을 받고 조사 노선 선정까지 버스 업체에 일임했다. 이에 회사는 적자 폭을 늘리기 위해 조사 대상 노선을 승차 인원이 적은 노선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천안시는 검찰이 문제점까지 일러주자 28일 부랴부랴 횡령 방지 시스템, 시민 감시제, 결산 감사제 도입 등 대책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 행정 난맥상이 드러난 가운데 천안시 행정도 도마에 오를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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