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살아남기, 가능할까
지방대학 살아남기, 가능할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4.28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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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대학특성화 사업 접수 마감인 30일을 앞두고 전국 56개 대학이 정원감축안을 내놓았다. 자율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정원감축이지만 예산을 쥐락펴락 하는 교육부의 지침이니 무서운 칼날이나 다름없다. 순순히 하라는 대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말로만 자율감축안이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 감축 정책을 발표하며 가산점을 받기 위한 가드라인으로 정원 감축안을 4%에서 10%까지 정했다. 정원을 많이 줄일수록 평가 점수가 크다는 게 원칙이었고, 대학정원감축은 지방대를 육성하는 차원에서의 조치라는 게 명분이었다.

정책 지침에 따라 절치부심했던 전국의 대학들은 2015년까지 학생비율을 0~10%까지 자율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잠정이란 말처럼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대학정원 감축이 대강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의 정원감축 계획안이 공개되면서 서울권 대학과 지방권 대학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서울권 대학은 0~4% 이내로 감축안이 대부분인 반면, 지방 대학들은 거개가 7~10%로 잡고 있다. 충북대를 포함한 충북지역 대학들도 학생 정원을 10%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지방대학이다. 우후죽순 늘어난 대학과 줄어드는 학생 수를 감안한 정원감축이 지방대학으로 불똥을 튀고 있다. 예비 대학생들의 IN 서울로 응시율이 높은 서울권 대학에서는 굳이 정원을 감축하지 않아도 되니 교육부 지침에 흉내만 내고, 응시율이 낮은 지방 대학은 평가점수를 많이 받기 위해서라도 지침을 십분 활용한 최대 감축안을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서울권 대학들이 교육부 지침에 느긋하게 대응하는 것도 지방대학의 위기가 기회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지방대학 스스로 정원감축에 앞장서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또 다른 문제로 정원감축이 비인기 학과의 통폐합과 폐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대학의 정원감축 계획은 애초 대학들이 각자의 특색과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예술학과나 국문학과 등과 같은 인문학 중심의 비인기 학과들만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청주 서원대가 미술학과를 뷰티학과로 통폐합하는 과정이나 청주대가 사회학과를 폐지키로 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지방대학 특성화는 뒷전이고 지방대학을 죽이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미래를 담보로 하는 교육현장에서 예산과 경쟁력 약화라는 이유만으로 학과의 문을 닫아버리는 일은 무지막지한 폭력과 같다. 등록금을 내고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학생들에게 통폐합과 폐과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소중한 한 사람의 꿈을 꺾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어떤 학생이, 어떤 부모가 미래도 없는 지방대학에 보내겠는가. 지금 살아남기도 급급한 지방대학의 현실에서 과연 특성화 전략을 세울 수 있기나 한지도 의심스럽다.

이대로라면 서울권 대학에서 신설 과를 피하면서도 두루두루 안정권에 속하는 과를 선택하는 것이 예비 대학생들의 대학입학 전략이 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수십년을 걸쳐 강조되고 있는 창의력 교육도, 인성교육도 대학에선 논외로 작용할 소지도 많아졌다. 학연과 지연과 혈연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일단 대학을 들어가고 봐야 하니 IN 서울 전략을 더 견고해질 것이 뻔하다.

이제라도 꿈을 가꿔갈 수 있는 지방대학 특성화 전략이라는 명분을 살릴 수 있는 대학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자율이란 잣대가 아닌 격차를 줄여가는 자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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