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가 사기도박단 운영 '충격'
현직교사가 사기도박단 운영 '충격'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4.03.26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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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만 나면 카드·근무시간에도 도박장 등 찾아
"크게 한탕" 전문가 포섭 … 첩보 입수 경찰에 덜미

충북 청주의 한 현직교사가 사기도박단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청주 C여고 체육교사 A씨(52)가 도박에 빠진 때는 2012년 6월.

시간만 나면 친구들을 불러 카드 도박의 하나인 ‘바둑이’를 하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판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근무 시간에도 도박장을 찾을 만큼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판돈이 적은 탓에 돈을 따봐야 수십만원에 불과했다.

A씨의 머릿속은 온통 ‘크게 한탕 해서 떼돈을 벌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궁리 끝에 A씨는 사기도박을 하기로 마음먹고, ‘전문가’ 물색에 나섰다. 알음알음 귀동냥에 나선 A씨는 속칭 ‘기술자’와 ‘선수’(바람잡이)로 불리는 사기도박 전문가 3명을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형광물질로 표시된 ‘목카드’와 표시를 식별할 수 있는 특수 제작용 콘텍트렌즈 등 사기도박 도구까지 완벽히 장만했다. 수익금은 A씨가 40%, 경비를 뺀 나머지는 공범 3명이 나눠 갖기로 결정했다.

역할분담을 통해 A씨는 도박판에 끌어들여 돈을 뜯어낼 속칭 ‘호구’를 찾아 나섰다.

A씨의 타깃은 오랜 친구는 물론, 휴일에 함께 땀 흘리며 친목을 다진 축구동호회 회원까지 포함됐다.

A씨의 ‘꿍꿍이속’을 알 리 없는 피해자들은 재미삼아 하는 가벼운 놀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도박에 손을 댔다. A씨 일당은 모든 준비가 끝나자 곧바로 청주시내 모텔과 사무실 등을 옮겨 다니며 도박판을 벌였다.

들키지 않을 듯했던 이들의 범행은 2년 만에 덜미가 잡혔다.

한 차례에 수백만원에서 천만원까지 떼인 피해자가 직감적으로 사기도박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제보한 것이다.

현장을 덮쳐야 혐의가 입증되는 도박범죄 특성상 경찰은 성급해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지난 24일 A씨 일당이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사무실에서 도박판을 벌인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오후 2시 30분쯤 현장을 들이닥쳤다.

이들은 부랴부랴 사기도박 도구 등을 없애려고 했지만, 경찰은 재빠르게 판돈 3700여만원과 목카드, 콘텍트렌즈를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자영업자 B씨(44) 등 피해자 2명이 A씨 일당에게 뜯긴 피해액은 2억원이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년간 범행한 점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여죄를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특히 현장에서 용도가 불분명한 주사기가 있고, 이들이 건넨 음료를 마시고 정신이 몽롱해졌다는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범행에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2∼3차례 도박을 했지만, 사기도박을 주도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상습도박 등의 혐의로 A씨 등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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