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언제쯤 변할까
선거판 언제쯤 변할까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4.03.19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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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엄경철 취재1팀장<부국장>

시대가 한참을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정치인가 싶다. 사회문명이 발달하면 정치가 그만큼 진일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6·4지방선거 현장을 들여다보면 정말 변하지 않는 것이 정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최근 새누리당 모 후보가 지방선거 공식 출마 선언을 하는 행사장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한때 민주당 소속으로 지방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쳤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누리당 기호 1번이 새겨진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 행사장 출입구에서 자신의 홍보 명함을 참석자들에게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그가 어떤 사정으로 당을 갈아탄 것인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누구도 그가 과거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이었다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당내에서도 사정은 다르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 청주8선거구 출마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김양희 충북도의원이 청주2선거구로 옮겼다. 청주2선거구 토박이로 한나라당 시절부터 지역구를 지켜왔던 김경식 전 청주시의원이 유탄을 맞았다. 김양희 도의원은 8선거구에 사무실을 얻어 걸개그림까지 내걸고 선거운동을 해왔었다. 지역구 이동 이유를 내놓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양희 도의원이 옮긴 2선거구의 분위기도 호의적이지 못한 듯하다. 새누리당 상당 당협위원장인 정우택 국회의원도 2년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헌신적으로 도왔던 김경식 전 의원을 지켜주지 못했다. 신의도 도의도 없는 정치판을 다시 한번 보노라니 씁쓸하기만 하다. 속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우리의 정치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심스럽다.

비단 지방의원선거만 그런 것이 아니다.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선거에 출전하는 정치지망생들도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다. 오랜 세월 보수 여당에 몸담아 누릴 것 다 누린 모 인사가 야당 후보로 변신했다.

일부 출마자는 당을 여러 차례 옮겼다. 그야말로 철새가 아닌가. 자신을 키워준 당을 헌신짝 버리듯 등지고 유리한 환경을 갖춘 다른 당으로 옮겨가는 기성정치를 지방에서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을 옮긴 이들의 당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당 지지도를 등에 업고 출전하는 이들이 대거 지방의회와 단체장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도의를 저버리고 당의 인기도에 따라 옮겨다니는 철새 정치인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4년 전 깃발을 꽂으면 무조건 당선이라고 할 정도로 충북에서 민주당 바람이 불었을 때 어떠했던가. 보수성향의 정치지망생들이 민주당에 대거 몰렸다. 도의원 공천 경쟁이 심화되자 일부에서 경선까지 치를 정도였다. 이번 선거에서 입장이 바뀐 새누리당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삼류정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바람이 불어 야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대거 지방의회에 입성한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들 상당수가 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월급쟁이 수준에 있었다. 심지어 의회 자체가 같은 당 소속 단체장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면서 ‘거수기, 2중대’라는 조롱을 받아야 했다. 지역민을 대표하라고 뽑아놓았더니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들의 행태가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구겨놓은 셈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지망생들의 행태로 볼 때 4년 전과 달라질 것이 없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정치적 도의도 없고, 유권자들을 우습게 아는 그런 지방정치인이 있는 한 지방정치는 변할 수 없다. 유권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을 또 허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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