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억수 <시인>

삶의 여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겨야 할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전하는 것입니다. 곤충이나 어류 등은 마지막 으로 자신에게 각인된 유전정보를 전하고는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슬퍼하거나 억울해하지 않습니다.

모성의 상징 연어는 일생을 바다에서 보내다 자신의 유전자를 전해주어야 할 장소를 찾아 강물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겪으면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 거칠고 험한 목숨을 건 여행을 합니다. 은밀하게 자신에게 유전자를 전해주고 죽어간 부모의 냄새를 찾아서 흐린 기억을 더듬어 어머니가 자신을 잉태했던 모천을 더듬거리며 찾아 나섭니다. 그 것이 바로 찬란한 슬픔으로 장엄하게 생을 마감할 마지막 여정임을 알지 못하고 마음이 이끄는 회귀의 본능으로 강물을 거스를 뿐입니다.

사단법인 「충북 시사랑」은 나의 문학의 산실이며 모천이라 생각합니다. 시를 사랑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귀소본능으로 모여드는 곳입니다. 거친 바다 같은 사회의 소용돌이에서 일생을 보내고 수만 킬로미터를 거슬러 돌아오는 곳, 그곳에는 연어가 제 유전자를 전해주던 부모의 냄새를 기억하듯이 문학의 따듯한 온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연어가 알을 가득 품고 찾아드는 모천처럼 마음에 시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이곳에서 연어가 알을 낳듯 자신의 내면에 가득 차오르는 문학적 소양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자연의 질서에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순리대로 돌아가듯이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상호보완을 하면서 하나의 아름다운 결속력을 다지는 모임입니다.

「연어가 돌아올 때」라는 문학 카페에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시를 읽으며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누구의 강요에 의한 모임도 아니며 자신의 명예와 영달을 위한 모임도 아닙니다. 오직 문학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그 냄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귀소 본능으로 모여드는 곳 그곳이 바로 「충북 시사랑」입니다.

올해를 갈무리하면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나름대로 생각해 봅니다.

연어가 죽음을 불사하고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와서 알을 낳고 제 살을 뜯어 먹여 새끼를 키우고 죽어 가듯이 문학의 모천 「충북 시사랑」회원도 그런 마음으로 문학적 소양을 가졌으면 합니다.

우리 시사랑 회원도 안으로 삭이고 다진 문학의 알들을 쏟아 내어 새끼를 기르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시사랑 회원들은 늙고 힘이 없습니다. 문학적 열정도 시들었고 치열했던 시심도 잠들었습니다. 아름다웠던 시절 생기 있던 젊은 날은 그저 추억이 되었습니다. 잠재된 기억 속의 문학적 소양을 다시 꺼내어 다음 사람에게 전해 주는 일,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연어가 자신의 유전자를 전하여주는 일을 마지막 소명으로 알고 살아가듯이 우리도 문학적 유전자를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일, 그 일을 시사랑 모천에서 하자는 것입니다.

연어가 모천을 향하여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마지막 힘을 쏟는 계절입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마음속에 각인된 문학의 향기를 찾아내고 다듬어 자연의 순리대로 그 향기를 전하는 소명 의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충북 시사랑」은 이곳이 문학의 모천이며 문학의 산실인 곳을 자각하고 잠든 문학의 열정을 깨워서 마지막 힘을 쏟아 문학의 산란을 다시 시작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