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공통어인 '작은 지구촌'
한국어가 공통어인 '작은 지구촌'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6.09.13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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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선문대 외국인 학생 41개국 766명 재학
   
▲ 선문대 외국인 기숙사에 거주하는 외국 학생들이 휴게실에 모여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12일 오후 충남 천안의 선문대 외국인학생 기숙사 휴게실.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남녀 20여명이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30평 남짓한 공간을 가득 메웠다.

파란눈을 가진 미래의 '한국 문화사절단'

천안과 아산에 캠퍼스가 있는 선문대 외국인 학생기숙사는 '인종 전시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 대학 학부 과정과 대학원, 부설 한국어교육원을 다니는 학생은 자그마치 41개국 766명.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곳은 한마디로 '작은 지구촌'이다.

출신지별 언어권이 20여개로 갈리는 이들의 기숙사 공통 언어는 한국어다. 한국에 온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가까이 흐른 이들에게 가장 수월한 의사 소통 수단이기 때문이다. 영어도 이곳에서는 제2 외국어일 뿐이다.

벨루로시 출신 아나톨리(경영학과ㆍ26)씨는 "기숙사 친구들과 대화 할 때는 한국말로 한다"며 "한국어와 한국문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접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온 프란시니 실바양(여·20)은 "브라질에서 만난 한국사람에 대한 인상이 좋아 유학을 왔다"며 "3년 유학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16강 진출 좌절땐 눈물 흘린 '반 한국인'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룸메이트는 한국 학생. 자연스럽게 생활 한국어 강사가 돼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유학생들이 우리 말을 빨리 익힐 수 있도록 재학생 가운데 희망자를 뽑아 각 방에 1명씩 배정해 준다. 그러나 희망자가 부족할 때가 많아 한국 학생을 룸메이트로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들은 한국어와 교과 과정만 공부하는 게 아니다. 일과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각자 속한 동아리에서 한국문화를 배운다. 동아리는 다도와 사물놀이 등 한국문화를 손수 체험할 수 있는 20여가지에 이른다.

학생들에겐 봄, 가을 국내 지역축제와 문화제의 단골 게스트로 초청 받는 것도 행운이다. 자국의 문화를 선보이고 한편으론 한국의 다양한 지방문화도 체험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지난 월드컵 때는 본선에 출전한 12개국 친구들의 출신국가 경기가 있는 날마다 단체응원을 벌이며 진한 우정을 나눴다.

일부 학생들은 한국의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쌍둥이 자매가 함께 유학 온 콜롬비아의마가리자양(20)은 "한국이 본선 진출에 실패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슬퍼했다"며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한국어교육원 신녕목 팀장은 "국내 대학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수가 가장 많을 정도로 국제교류가 활발하다"며 "이 곳 외국인 기숙사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체험하는 작은 지구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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