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망치는 피서지 바가지 상혼
휴가 망치는 피서지 바가지 상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3.08.11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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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전에 없던 무더위로 피서지마다 인파가 넘쳐나고 있다. 바다, 계곡 등 전국 곳곳의 피서지가 만원이다.

직장인들에겐 올여름 휴가가 예년보다 더 반갑다. 올해 원자력발전소가 몇 기 멈춰 서면서 여름철 사무실 지키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공청사는 섭씨 28도(어떤 곳은 30도), 일반 직장 사무실은 26도로 에어컨 작동 온도가 높아지면서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내근직 회사원들은 찜통같은 사무실에서 일과를 봐야 했다. 그러다가 1주일간 맞는 휴가가 얼마나 달콤할 것인가. 피서지로는 바다와 계곡, 자연휴양림 등이 인기다.  

그런데 즐거워야 할 휴가가 피서지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꼬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피서지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대부분 경험해봤을 피서지에서의 바가지 상혼. 올해도 여지없이 전국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서객들을 가장 짜증 나게 하는 것은 역시 터무니없는 숙박요금이다. 이번 휴가철 최성수기라 할 수 있는 지난주에 피서지 숙박업소들의 횡포는 절정에 달했다. 충남의 이름난 한 해수욕장에서는 4인 기준 1실 6~8만원이던 팬션 요금이 무려 2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곳뿐만 아니다. 전국 대부분 해수욕장 주변 숙박업소들은 성수기를 빌미로 고액의 숙박료를 받아 챙겼다. 지난해보다도 더 비싸게 요금을 받았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숙박료가 치솟았다.

지자체마다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숙박업소에 요금을 게시해놨지만, 무용지물이다. 1일 숙박료가 5만원이던 민박집은 지난 주말 15만원까지 받기도 했다.

차라리 여름 피서를 해외로 나가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4인 가족이 국내 유명 해수욕장에서 4일을 보내려면 숙박료만 80만원 정도. 여기에다 음식값, 관광비용, 승용차 기름값 등을 보태면 150만원을 훌쩍 넘는다. 동남아 저가 관광 패키지 상품이 1인당 30~40만원 정도니 해외여행이 정말 더 나을런지도 모른다.

횡포는 숙박료에서 그치지 않는다. 해수욕장에 파라솔을 설치해놓고 과다한 요금을 받기도 하는데 이건 완전히 봉이 김선달 수준이다. 현지 상인들은 지자체로부터 바닷가 백사장에 대한 공유수면점용허가를 받고서 파라솔을 설치, 5000원에서 최고 3만원까지 요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백사장을 마치 자기 땅인 양 여기고 피서객들의 이용을 막고 있다. 피서객들이 개별적으로 백사장에서 파라솔을 설치하고 돗자리를 깔 수 있지만, 상인들은 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계곡 주변 음식업소들의 횡포도 이에 못지않다. 계곡 주변에 평상을 미리 펴놓고 손님들을 유치하는데 음식을 시켜먹지 않으면 계곡에 발도 담글 수 없게 한다.

정부가 피서지에서의 바가지요금 등 횡포에 대해 마냥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물가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7월 15일부터 8월 말까지를 피서철 바가지 상혼 근절을 위한 물가 안정 특별 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중 지역상인회, 소비자단체, 지자체 간 협약을 통해 바가지요금의 전액 환불 조치를 약속했다. 피서지엔 부당요금, 불친절 신고센터도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가지요금을 환불받거나 업소들이 처벌받았다는 뉴스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피서철 바가지 상혼. 보다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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