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가금면 주민들이 이 곳 지명을 ‘중앙탑면’으로 바꾸기로 하고 자체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우선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일제가 1914년, 당시 가흥면과 금천면을 합쳐 만든 이름이 지금의 가금면이기에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고, 둘째는 전국의 몇몇 지자체들이 서로 국토의 중앙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차제에 이 지역의 국보인 중앙탑(탑평리 7층석탑)을 근거로 중앙탑면으로 이름을 고쳐 연고권을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거주민 81%가 찬성하는 설문조사까지 마쳤다고 하니 그 실현 가능성은 아주 높아 보인다.

사실 충주시 가금면과 바로 인접한 금가면 주민들은 늘 불만이 많았다. 두 지역 모두 인근 공군부대의 소음피해가 극심한데다 마을 이름조차 이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가금면은 ‘전투기 소음으로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만 날뛴다’는 가금(家禽)을 떠올리게 하고 금가면 역시 시도때도 없는 전투기의 폭음으로 ‘땅에 금이 간다’는 이미지를 준다고 불평했다.

꼭 일제 청산은 아니더라도 지역성을 가미한 이름을 갖는 다는 건 지방자치의 시대적 정신과도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충주의 역사적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중앙탑은 물론이고 인근의 유적들은 하나같이 미완(未完)이나 미상(未詳)의 상태로 현재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중앙탑부터가 그렇다. 국보 6호로 지정돼 보호 관리되고 있지만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저 통일신라 때의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96년전 일제에 의해 마구잡이로 해체, 조립된 이 탑을 충주시가 조만간 제 모습으로 복원할 계획에 있어 어차피 이 일대에 대한 역사성 부여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중앙탑 바로 인근에 위치한 충주고구려비(중원고구려비· 국보 제 205호) 또한 여전히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구려 석비라는 문화재적 가치가 무색하게 언제, 누가 세웠고 그리고 그 총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정확치 않다. 이 고구려 비는 그 발견부터가 참으로 신비(?)스러울 정도로 순수 민간인에 의해 처음 세상에 드러났다.

1979년, 시골 마을에 애물단지로 방치되던 것을 눈여겨 본 당시 중원군청 공보실장 (故)김예식씨가 같이 향토사 동호회 활동을 하던 유창종 충주지청 검사 등 회원들을 이끌고, 그것도 지나다가 우연히 들러 문제의 비를 확인한 것이 단초가 됐다.

이들의 통찰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비는 지금쯤 동네 하수구나 빨래터의 받침돌로 사용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김예식씨는 생전에 “소풍가는 기분으로 갔다가 보물을 건졌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생전에 향토사 분야에 관심이 많던 유창종 검사는 그 때를 계기로 청주지검 검사장과 서울지검 검사장까지 지내면서도 계속 이 분야에 매진해 지난 2005년 부터는 한국박물관회 회장을 맡아 왔다.

중앙탑 인근에는 또 하나의 주목되는 유적이 있다. 장미산성이다.

해발 336.9m의 장미산 정상부분에 위치한 이 산성 또한 정확한 축조 연대와 용도가 아직 오리무중이다.

1992년이 되어서야 고구려 산성으로 공식 확인됐지만 성 안에선 고구려 뿐만 아니라 백제와 신라의 토기와 기와조각 등이 쏟아져 나와 숱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낮은 산임에도 불구,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이고 특이하게 성벽 위로 참호가 파여 있는 것도 기발하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옛날 집을 짓거나 하여 큰 돌이 필요하면 산으로 올라가 가져 왔다고 한다. 장미산성은 이처럼 그동안 묻혀졌던 것만큼이나 앞으로 밝혀야 할 것 또한 많다. 여차하면 충주 역사를 다시 써야 할 그 뭐?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번 충주시 가금면에 대한 중앙탑면으로의 명칭변경 움직임은 이렇듯 충주 역사의 새로운 발현과 중흥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충주의 미래를 견인하는 그 상징적 구심점으로 역할하라는 것이다.

마침 이 곳에선 충주를 처음으로, 가장 확실하게 세계 무대에 알리는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