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진가들 '피그먼트 인화'에 매료… 연구·실험 열성
<9> 사진가들 '피그먼트 인화'에 매료… 연구·실험 열성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3.03.21 1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인영 사진가의 한국 사진史
정해창 '풍경' 1920년대.
예술사진

정인영 <사진가>

사진의 리얼리티가 회화 기준의 영상으로 발전하는 데서 예술사진은 시작됐다.

회화는 화상(形╂)을 다루는 것에서 사진과 통하는 점이 있으며 19세기 초 화가들은 사실적 표현에 관심을 보이면서 작업에 임했다.

사진가들 또한 회화적 표현방법을 활용하여 합성사진, 자연주의사진, 인상주의사진, 우의적(寓意的)사진, 회화의 테마 모방사진 등의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사진 초기에는 초상사진의 흐름뿐이었으나 이에 식상한 일부 사진가들이 촬영한 영상을 회화적 표현에 접근하려는 노력에서 예술사진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서양의 회화작품 영향은 고무인화, 오일인화 등의 피그먼트인화로서 예술사진의 대표적 형태로 인화기법에 적용됐다.

정해창 '그네와 여인' 1930년대.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고상하고 매혹적으로 만드는 것은 특수한 방법의 인화로 예술 사진가의 풍부한 감각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사진가 신낙균은 YMCA사진학교와 경성사진사협회를 통해 고무인화법과 오일인화, 브롬오일인화 등의 피그먼트인화를 학생들에게 소개하여 새로운 인화를 통한 예술사진발전에 기여했다.

1920년대에는 카메라와 피그먼트안료, 화가가 쓰는 붓을 합한 피그먼트인화가 예술사진의 대명사로 불렸다.

이에 매료된 사진가들은 실험적 인화에 열성을 보였다.

신낙균은 1928년에 쓴 사진학개설에 피그먼트인화를 특수인화법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설명을 하여 예술사진이 급속도로 퍼지게 했다.

이렇게 되자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스트레이트한 사진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공적 인화에서 명암과 톤의 화질을 자신의 의도대로 해낼 수 있게 된다.

신낙균이 가장 즐겨 인화하는 방식은 젤라틴을 바른 인화지에 중크롬산 칼륨액으로 감광성을 더한 밀착현상 후 착생하는 오일인화법이 있다.

오일인화법 외에도 브롬오일, 카본티슈, 고무인화법이 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브롬오일인화는 막면에 유성안료로 착생하교 브로마이드인화지에 네거티브를 현상한 후 이에 유성안료를 천천히 착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예술사진 개인전람회를 연 정해창(앞줄 가운데), 1929.

카본인화법은 흑생 유화물감인 카본블랙을 사용하여 사진의 변색 또는 퇴색을 방지할 수 있으나 확대인화가 불가능하고 전사를 두 번 해야하는 결점이 있다.

고무인화법은 아라비아 고무에 수용성안료인 중크롬산칼륨, 중크롬산 암모늄을 섞은 감광성 용액을 도포한 종이에 오일인화법처럼 인화하는 것인데 노력과 시간은 많이 들지만 농도나 색조의 조절, 적은 경비, 강한 내구성, 대형작품인화를 할 수 있어 사진가들이 예술사진인화에 많이 이용했다.

이러한 피그먼트인화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예술사진은 사진가가 의도한 다양성으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며 사진의 본질에서 벗어난 창작태도로 사진가의 감성을 최대한 담아낼 수도 있었다.

당시 사진가들은 이렇게 하여 예술사진에 눈을 뜨기 시작한 후 계속적인 실패의 연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연구와 실험 끝의 성공으로 예술사진의 신기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신낙균 '자화상' 피그먼트 인화, 1926.
당연히 피그먼트인화는 우리나라 사진사에서 1920년대 예술사진 역사로 지금까지 당당하게 각인되어 왔다.

이러한 예술사진 운동은 사진이 개개인의 것에서 모든 계층이 향유하는 사회적 문화로 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아마추어사진에까지 연계된 이 예술사진은 회화적 작품성을 지닌 것으로 사진가와 대중이 전람회를 통한 만남으로 확산되고 공유하는 형식이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사진 개인 전람회는 정해창이 개최했다.

1929년 3월 39일 서울에서 열린 이 전시회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다년간 사진술을 연구하여 영리를 떠나서 예술사진을 제작하던 정해창씨는 그 동안 박힌 자신의 사진 50여점을 가지고 리제창씨외 여러 우인들의 도움으로 작품 전람회를 시내 광화문빌딩에서 개최한다는데 조선사람으로 예술사진전람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요, 작품 중에도 훌륭한 풍경화가 많다더라.”
임응식 '둑을 가다' 피그먼트 인화, 193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