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이상국
비 오는 날
안경쟁이 아들과 함께
아내가 부쳐주는 장떡을 먹으며 집을 지킨다
아버지는 나를 멀리 보냈는데
갈 데 못 갈 데 더듬고 다니다가
비 오는 날
나무 이파리만한 세상에서
달팽이처럼 뿔을 적신다
※ 모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집을 지키며 마주 앉아있습니다. 비 때문이라지만, 그래서 집을 지키고 있다지만, 남자의 숙명이 올곧이 전해집니다. 살아보면 나무 이파리만한 세상임을 알면서도 유약해보이는 아들에게 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체득케 하려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말캉한 달팽이의 뿔에서도 느껴집니다. 아버지가 그랬듯 아들에게 부여된 똑같은 운명의 무게가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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