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재 선발 방식을 바꾸자
국가 인재 선발 방식을 바꾸자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2.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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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위장전입,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전관예우, 불법 증여. 우리나라 고위공직자 인사 청문회에 항상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다. 서민들은 이 중 하나만 범해도 법적으로 가혹하게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특권층들은 대체로 언론이나 청문회의 검증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는 별 탈 없이 잘 먹고 잘들 살아간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는데 그게 무슨 대수야? 혹은 사회 풍토가 그러니 그 정도는 눈감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한다.

요즈음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다. 수십 년간의 공직생활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엘리트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각종 비리의 딱지가 붙어 다니는 걸 보면 능력에서는 뛰어날 수 있겠지만 인격이나 품성을 높게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능력에 감탄할 수는 있지만 존경할 사람들은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지 못하는 인사들이 어떻게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일까 필자는 이 같은 문제가 기능적 능력만을 평가하여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에 기인한다고 본다.

고려와 조선에서는 과거를 통해 조정의 인재들을 선발하였다. 과거 시험의 핵심 교과목은 유학, 그 중에서도 성리학이었다. 성리학은 우주의 기원과 질서를 논하는 형이상학, 인간 삶의 원리를 논하는 인성론, 정신을 도야하는 수양론,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논하는 도덕론 등이 포함된 종합적인 학문 체계였다. 과거시험의 핵심 교과였던 성리학을 공부하다보면 세상의 이치와 아울러 세상을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성과 품격을 갖춘 인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선발된 인재들은 타의 모범이 되면 되었지 저자거리에 있는 시정잡배들처럼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조선의 선비들은 학술적 능력만이 아니라 시(詩), 서(書), 화(畵)와 같은 인문적 소양도 갖춰야만 제대로 된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일과 함께 삶을 품격 있게 만드는 자질과 소양을 갖추어야 인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선조들은 일신상의 영달이나 자기 가족만의 안위를 보살피지 않고,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소양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우리 과거의 인재들은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었으며,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여기서 유학을 기본으로 하는 인재선발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능적 능력만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함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재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각종 공무원 시험, 정부에서 주관하는 각종 자격증 시험은 법적인 지식과 행정적인 지식, 외국어 능력 등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나라의 인재를 뽑아 쓰기 위한 각종 평가 시스템에 인재의 인성이나 품격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 같은 인재 선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존경 받고, 또 국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인재가 양성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법적이고 행정적인 지식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는 품격과 소양을 평가하는 인재선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기능적인 역량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기업체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에 관한 설문을 한 적이 있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의 제일 덕목은 능력과 스펙이 아니라 인성이었다. 인재의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사회에서는 능력과 아울러 인성과 품격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에서는 기능적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뽑아 쓰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와 같은 인재 선발 방식 아래서 국민에게 존경 받을 수 있는 고위직 인사들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부 고위직 인사 청문회를 바라보면서 국가 인재 선발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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