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전주곡
불안한 전주곡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3.02.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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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보은·옥천·영동)

새 정부 출범을 예고하는 전주곡이 매끄럽지가 않다. 음색은 거칠고 음조는 더디며 박자는 어긋난다. 그래서 객석은 불안하다. 불협화음이 빚어지는 무대에서는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했던 현 정권의 그림자까지 감지된다. 정부 출범이 목전에 닥쳤지만 국무총리와 장관, 비서실장 등 핵심 요직의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조직 개편 법안도 여야간 이견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가 적잖아 국회 처리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적 시스템의 골격이나마 갖추고 취임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불안한 전조의 중심에는 박 당선인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언론은 ‘나홀로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판단의 잣대가 스스로이거나 소수의 측근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인 김용준 총리 후보의 낙마는 그의 리더십이 반영된 대표적 사례이다. 중요한 것은 이 첫 작품이 실패로 끝났다는 점이다. 김 총리 후보는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백기를 들었다. 적임자를 고르지 못했다는 지적에 변명할 여지가 없게됐다. 그러나 이보다 심각하게 부각된 문제는 그의 발탁을 인수위를 포함해 주변에서 어느 누구도 발표 직전까지 몰랐다는 점이다. 주변의 추천도 없었고, 주변과 상의도 없었다고 한다. 인선 과정에서 시스템의 작동이 전무했으니 사전 검증이 소홀할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생각은 달랐다. “능력 검증은 뒷전이고 신상 털기로 일관한다”며 오히려 현행 인사청문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인사청문회가 자질과 정책 검증 중심으로 가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은 개인적 흠결과 의혹을 들춰내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는데 집중하는 현실이 때로 정파적이고 소모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 서는 인사들 대부분은 자기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며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들이다. 지금도 정·관계의 인재들이 1% 이내의 능력자에 들어 청문회에서 ‘신상 털림을 당하기’위해 각고의 노력들을 하고 있잖은가. 결국 청문회의 평가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만 한 도덕성과 품격까지 갖췄느냐 하는 점에 집증할 수 밖에 없다.

박 당선인의 논리는 “탁월한 능력에 도덕성까지 겸비한 인재가 어디 있느냐”는 푸념처럼 들린다. 우리 사회 지도층에서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없이 살아가는 인물을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단언은 서민들의 가슴을 때리는 말이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전부는 아니다.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다녔다는 다오게네스처럼 사람을 찾아야 하고 등용의 폭을 때론 적진까지로 도 넓혀야 한다.

새누리당이 박 당선인의 말이 떨어지자 바로 테스크포스까지 만들어 청문회 제도 손보기에 나선 것도 우려스러운 장면이다. 개혁은 포기하고 충실한 거수기로 거듭나기로 작정한 모습들이다. 그렇지않아도 박 당선인에게 간언하는 참모의 부재를 지적하는 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당에서조차 이런 역할을 포기하고 ‘나홀로 리더십’에 동조한다면 새 정권 역시 소통의 문제에 시달릴 공산이 높다.

박 당선인이 경호실을 키우기로 한 의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키로 한 것은 경호실에 신변 경호 이상의 임무를 부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지난 군부정권에서 월권을 일삼았던 실세 경호실장들을 떠올리게 된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호실장을 지냈던 박종규와 차지철은 2인자로 군림했다. 박씨는 경호실 예산을 삭감한 예산 부처 간부를 집무실로 불러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차지철은 ‘심기(心氣)경호’가 모토였다. 대통령의 기분과 컨디션까지 지키고 조절하는 것이 진정한 충성이라고 믿었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자료도 미리 점검해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것 같은 건은 미루거나 취소했고, 요인들의 대통령 면담도 독단으로 결정했다. 총리나 안기부장도 그의 위세에 눌렸으니 실질적인 2인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그의 ‘좌충우돌’은 대통령의 귀를 막고 하부 권력간 갈등을 초래해 10,26을 재촉하는 결과를 빚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장세동도 경호실장 시절 행적이 빌미가 돼 6공에서 직권남용 죄로 구속됐다.

작은 청와대를 지향하겠다면서 경호의 벽을 쌓는다면 문턱을 높이고 인의 장막을 치겠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당선인이 선거 때 누누이 강조했던 대통합과도 어울리지 않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민심이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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