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조림지 어린소나무 '신음'
서산 조림지 어린소나무 '신음'
  • 김영택 기자
  • 승인 2013.01.16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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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미만 잎 갉아 먹어
성왕산 식재 30% 훼손

초식동물 피해 첫 사례

개체수 ↑·먹이부족 탓

태풍이나 산불 등으로 훼손된 서산지역의 산림에 3년 전부터 조림(造林)된 1m미만의 키 작은 어린 소나무 잎을 야생동물이 갉아 먹는 바람에 고사위험 등 수난을 당하고 있다.

고라니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멧돼지 등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야생동물 중 키 작은 소나무 잎을 갉아 먹을 수 있는 동물은 노루밖에 없다고 동물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동안 야생동물들은 농사철 밭작물 채소류나 벼농사를 망쳐 놓아 농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왔으나 키 작은 어린 소나무 잎을 갉아 먹어 조림지 피해를 야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라니는 초식 동물이지만 번식력이 강해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늘면서 먹이가 부족해지자 저수지 물속 수초를 뜯어 먹거나 어린 소나무 푸른 잎을 갉아먹는 등 먹이사슬의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서산지역은 작년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파는 많은 눈을 동반하면서 쌓인 눈 때문에 고라니가 먹이를 찾아 민가 쪽으로 이동, 먹이가 궁해진 고라니에겐 조림지의 어린 소나무 잎은 비타민 역할을 하는 먹이가 되고 있다.

이렇게 갉아 먹힌 조림지의 소나무는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 고사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산불로 훼손된 서산시 잠홍동 성왕산 8ha의 재해복구조림지(8ha)에 심어진 1만7000본의 어린 소나무 30%가량이 잎이 훼손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지가 부러지거나 박피 피해는 없고 잎만 훼손된 상태다.

이에 대해 시관계자는 “예년엔 없던 현상”이라며 “소나무는 생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박피만 되지 않으면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기 때문에 시 조림 계획엔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객 A씨(46·서산시 예천동)는 “최근 적설량이 많아지면서 먹이를 찾아 농가로 내려오는 고라니가 부쩍 늘어 한 낮에도 민가 쪽 산이나 들녘에서 고라니와 마주하기 일쑤”라며 “고라니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작년 12월부터 24명으로 구성된 3개조의 유해조수포획단을 가동,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고라니와 멧돼지 등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유해조수(야생동물) 개체수 줄이기 활동을 전개해 현재까지 고라니와 멧돼지 30여마리를 포획했다.

이렇게 포획된 야생동물은 천수만 철새도래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독수리 등 맹금류의 먹이로 공급하고 있다.

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성왕산은 급경사 등 산세가 워낙 심해 유해조수포획단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포획단 안전을 위해 성왕산에서의 활동은 가급적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며 “성왕산에서 서식하는 고라니의 포획에는 한계가 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성왕산 조림지 소나무 피해현장을 찾은 기자는 접근자체가 힘들만큼 급경사가 워낙 심했다.

게다가 눈까지 아직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민가 쪽 조림지만 살피기도 어려워 산 정상 접근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는 곤파스 등 태풍 피해와 산불 등으로 훼손된 산림 재해복구 조림사업에 나서 2년 전부터 450ha에 대해 조림사업을 벌여 성왕산 산불 피해지역 8ha에 1만7000본의 소나무를 심고 나머지는 조림은 생산성이 높은 백합나무(활엽수) 등 모두 10만본을 조림수목으로 심었다. 활엽수 백합나무 조림지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충남도내 재해복구조림지는 대부분 시와 같은 유사 피해가 우려된다.

고라니 먹이로 피해를 입은 성왕산 조림 소나무(위)와 피해를 입지 않은 소나무(아래)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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