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유권자 기대 저버리지 않길
새 대통령, 유권자 기대 저버리지 않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12.16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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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공식 선거 운동기간이 시작된 후 한쪽이 크게 앞서 나가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다른 한쪽이 따라붙으면서 예측불허의 접전 양상이다.

안철수 후보의 ‘찝찝했던’ 사퇴로 그다지 힘을 받지 못할 것 같던 야권 단일화의 효과가 어느새 그의 재등장으로 그간의 우려(야권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를 불식시키고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놓았다.

돌이켜보면 이번 대선판은 안철수에 의해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이 날 것 같은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기인한 안철수의 등장은 우리 정치계의 기존 판도를 뒤흔들어버렸다. 정치 초년생인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한다고 할 때 국민은 모두 놀랐다. 놀랐을 뿐만 아니라 반기기도 했다. 그 기대는 물론이고 위력도 입증됐다. 새 정치를 염원하던 유권자들은 그의 편지 한 장, 말 한마디에 한자릿수 지지율이 머물렀던 박원순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당선시켰다.

이어 곧바로 대선 정국이 펼쳐지자 안철수 효과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다. 올해 상반기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양자대결에서 타 후보들을 압도했다. 외신들이 0순위 당선 후보로 꼽았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마저 안철수의 등장에 당황했다. 선거전략까지 바꿔야 했다.

그 결과는 대단했다. 유권자들의 새 정치에 대한 염원이 안철수 효과로 나타났다고 판단한 여권은 공약에 심혈(?)을 기울였다. 매번 각종 선거에서 복지분야 공약 등 야권의 단골 공약으로만 등장했던 것들이 이번 선거판에서는 여권의 공약으로도 등장했다.

퍼주기식, 공산주의식 공약이라며 과거 여당 대선 후보들이 ‘외면’했던 공약이 여당 공약집에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반값 등록금에서부터 노령 연금 등에 이르기까지 지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각종 복지공약은 차별점을 거의 볼 수가 없다.

낙선 위기감이 이런 변화를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여당이 인제야 민심을 헤아려 제대로 된 공약을 만든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히 변하긴 변했다.

생각해볼 건 이게 포퓰리즘이냐 아니냐는 점이다. 여야 후보들, 특히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양 캠프는 이런 장밋빛 공약을 내걸며 재원 마련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두 후보 모두 증세로, 긴축재정운용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은 밝혔지만, 국방·SOC 등 여러 필수 사업에 소요될 재정을 계산하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 ‘하겠다’는 식으로 쏟아낸 공약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유권자들을 달콤한 말로 현혹시키고 나중엔 기대를 저버리나 않을는지.

00 예산을 몇 % 줄이고, 00분야 세수를 몇 % 늘려서 얼마를 확보해 이런 복지 혜택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식의 구체적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이를 반증한다.

지난 11일 마감된 재외국민 투표 현장 곳곳에서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미국에서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인 한 여성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고, 인도에선 버스를 타고 2000km를 달려와 투표한 이도 있었다. 이들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하고 투표를 했을까. 분명한 건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유권자는 투표할 때 기대를 하고 투표한다. 그 대상이 지방의원이건, 국회의원이건, 시장·군수이건 간에….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이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정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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